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 공각기동대의 감독 오시이 마모루는 일찍이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를 두고 "당신들 영화에는 패스티시가 부족하다." 라고 말한 바 있다.
마모루다운 평가가 아닐까 싶다.
공각기동대를 보자. 공각기동대는 사이버펑크 애니메이션 불후의 걸작이며 난해한 철학적 모티프들의 대거 차용으로 내용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지만, 사실 공각기동대의 스토리와 메시지는 명료한 편이며 오히려 다이얼로그에 묻어나는 철학, 성서 인용구는 현학성을 충족하기 위한 오락적 장치에 가깝다.
실제로 오시이 마모루 역시 "유럽인들이 내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미녀가 총질 하면서 성서의 한 구절을 읊는 이른 바 '일본식 정서' 에 대한 지극히 외부인적인 관심" 라고 자신의 영화를 자평한 바 있다...
이것은 어느정도 매트릭스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워쇼스키 형제 역시 인터뷰에서, 매트릭스의 철학적 모티브는 사실 '간지' 를 위해 끌어다 쓴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
실제로 매트릭스는, 비록 스토리에 허세가 다분히 끼어 있다고 할지라도 그 설정이나 상징이 제법 체계적이며 탄탄하게 잡혀 있다. 다만 영화 중간중간에 어중간하게 끼어있는 갑작스런 블록버스터 전투씬이 스토리에 대한 몰입을 오히려 방해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워쇼스키 형제는 오시이 마모루에 비해 패스티시를 잘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필자는 배운 것이 없어 저런 작가들처럼 오락을 위한 패스티시조차 잘 해낼 수 없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패스티시 대신에 페티시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여..여부두술사의 허..허허벅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