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노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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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4-08-10 07:58:11 KST | 조회 | 420 |
제목 |
*단편소설* 그리고 2분 후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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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분 후에 시작되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우리 가정은 5급 공무원이던 어머니, 전문 투자가라고 자칭하던 아버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생겨난 나로 이루어졌다. 어머니는 안정적인 집안과 안정적인 미래를 원했다. 아버지는 미래를 알 수 없는 황무지에 씨앗을 뿌리려고 했다.
불화는 일상적이었다. 부모님은 틈만 나면 싸웠다. 고등학생일 때, 집에 들어오면 온통 캄캄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각자의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TV만 보고 있었다. 나는 대학생이 되고 여유가 생기기 시작해서야 가족 간의 대화라는 것이 따스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웠다.
나는 20대 내내 부모님이 이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둘은 그러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은 서로를 떠나면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부모님은 둘 다 가치관은 달라도 능력있는 중산층이었고, 이제 나는 그들에게 그것을 물어볼 수 없다. 물어볼 수 있었던 때가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고백하자면 나는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최소한 나는 어머니를 더 닮았다. 어머니는 내 미래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나를 키워 주었다. 아버지는 주식이 살 길이라고 끝없이 나를 설득했다. 스물 둘 쯤에 아버지가 준 돈을 몇 배로 키워 보는 나름 재미있는 경험도 했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건 공무원 시험이었다. 아버지는 실망하는 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내가 당신만큼 뛰어난 투자자라고 믿었다.
나는 빠르게 자랐다. 내 손으로 무언가 바꿀 수 있을 것처럼 보이던 대학생 시절.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군대 생활. 그리고 정말로 많이 울었던 수험생 시절. 최종합격통보를 받았던 스물 일곱 살의 그 날, 어머니는 내게 닭고기 요리를 해 주었다. 우리 가족은 셋이 모여 우중충한 맥주를 곁들여 그릇을 비웠다.
나의 서른 살 생일에 어머니는 쓰러졌다. 급성 췌장염이었다. 어머니의 췌장은 자신의 소화액으로 자신을 녹였다. 어머니는 내장이 녹는 고통 속에 병원으로 실려갔고, 나흘 후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내 생일 전날까지도 동료들과의 회식을 즐기고 집에 늦게 들어왔다. 어머니는 내 생일상도 차려주었다. 어머니는 건강하게 보였다. 내가 보기에는.
어머니를 죽인 것은 순수한 고통이었다. 나는 아직도 뱃속 어디에 췌장이 붙어있는지는 모르지만, 췌장이 스스로 자기를 녹이고 다른 기관까지 녹일 수 있는 이상한 장기라는 것은 잘 안다. 어머니는 자기 생에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말들을 외쳤다. 의사가 고개를 흔들자 당신은 울부짖으며 내가 뭐 그리 잘못한 것이 있냐고 외쳤다. 그렇다. 당신은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다만 운이 나빴던 것 밖에는.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진통제에 취한 어머니는 잠시 고통을 잊고, 죽어가며 계속 내 손을 잡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앞으로 2분까지 잊혀지지 않으리라. 당신을 아버지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그저 내 옆에 황망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마지막 잠에 빠지기 전에 눈물을 흘리며 내게 그저 잘 살라고 당부했고, 냉장고에 닭고기 요리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후 나는 당황스러웠다. 나는 장례식을 준비하며 오열도 못했다. 사흘 간 나는 두통과 어머니가 갑자기 관에서 걸어나오는 악몽에 시달렸다. 어머니, 어머니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 않나요. 그렇게 말하면 어머니는 단지 그것이 우리가 평생 한 적 없는 가족의 장난의 일부라고 말했다. 가족끼리는 유머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면 나는 환히 웃으며 당신을 안았고 동시에 잠에서 깼다. 그러면 내 눈 앞에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어머니는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나는 당신의 뼛가루를 인천 앞바다에 날렸다. 당신이 세계로 흘러갔을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길 바란다.
나는 여러 일들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남은 닭고기들을 멍청하게 먹었다. 냉장고에 들어 있었던 닭고기들은 약간 상해 있었다. 내가 맨날 이 부분만은 그냥 버려달라고 하던 닭의 목이 여느 생일 때처럼 그 요리 속에 들어 있었다. 이번에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뼈까지 씹어먹었다. 그리고 그날 새벽 나는 화장실에서 토하면서 울었다. 나는 울다 지쳐 변기 옆에 쓰러져 잤다.
아버지는 울지 않았다. 장례식 때 아버지는 나의 등을 두드리며 힘내라고 말했다. 그토록 무거웠던 관을 들 때 그는 아주 가뿐해 보였다. 왜 그는 재혼하지 않았을까. 나는 아직도 모른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교과서적인 표현을 썼다. 나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나는 어머니가 없는 인생에 적응했다. 사실 당신은 내 인생에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고 적응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평범한 사무직 공무원이었던 나는 지루한 인생을 계속 살아갔다. 퇴근 시간까지 일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가까이 있는 아버지와 내가 사는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면 몸을 씻고,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비디오 게임을 좀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잠들었다. 변화 없는 하루가 지속되었다.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내 방에서 G선상의 아리아를 어느 정도 음량으로 조절해야 숙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는 주식 그래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죽은 후 그것 빼고는 아무 것에도 집중하지 않았다. 내게는 사실 아무런 크나큰 의미도 없어 보이는 변화에도 그는 괴성을 내질렀다. 우리의 이야기는 어느새 중단되었고, 식사는 3분 요리로 대체되었다. 서로가 가장 필요할 때만 각자의 빨래를 했다. 나는 가끔 그가 동거인인지도 의심스러웠다. 내가 그저 과거의 망령과 함께 살거나, 아니면 내가 환상을 보고 있거나 하지 않은가도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어느 날 언제나 아침마다 싱크대에 무심히 쳐박혀 있던, 식사의 흔적이 묻은 그릇이 없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식욕부진으로 생각했지만, 사흘이 지나고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의 방에서 컴퓨터 앞에서 마치 엎드려 자고 있는 것처럼 쓰러진 그를 발견했다. 나는 112에 전화해야 할지 119에 전화해야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119에 전화했다.
영양을 공급하고, 이런저런 검사가 있었다. 의사와 나 사이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아버지의 병명을 밝혀도 상관없지만, 내가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췌장암 말기였다. 의사는 수술을 시도해보겠다고 했지만 의사의 표정에서 나는 그것이 의미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며칠 후 수술실에 실려들어갔다. 나는 수술실 앞에서 서성일까 고민했다. 시간은 내가 언제나처럼 자던 시간이었다. 나는 그냥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아 수술실에서 아버지가 나왔다. 나는 의사였던 적이 없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이게 어떤 내장을 분해하고 조립할 시간은 아니라는 것을. 의사는 아주 조용하고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정말 죄송하지만, 부친께서 가지신 암이 너무 크게 전이되어 있습니다."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떨구지 않았다. 의사는 아버지의 배를 열고 나서 바로 닫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했다. 나에게는 쓸모가 없었다.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게 아니다. 나는 알 수 없는 허망한 기분에 붙잡혔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나요?"
의사는 침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2개월 안에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너무나 픽션스러운 이런 상황에서 나는 그냥 "아, 그렇군요." 같은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죽은 3년 뒤, 아버지가 곧 죽는다. 나는 완전한 책임의 부재에서 오는 약간의 해방감까지 들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내가 부담해야 할 일들이었지만.
어차피 아버지는 마취제에 푹 빠져 보지 못했던 환상들을 보고 있을 것이다. 나는 등을 돌려 복도를 천천히 걸어갔다. 병원은 워낙 넓었고 걸어서 빠져나오는 데에만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나는 택시를 불렀고 내 집 주소를 불렀다. 택시는 고맙게도 빨리도 가 주었다.
나 는 집에 도착했다. 나 의 집. 한때 세 명 이 살 던 그 집.
냉동실 에는 생 닭이 있 었 다. 언제 내가 맥 주 한 잔 하면서 먹 고자 준비한 녀석이 었 다. 얼어 있어서 식 칼이 잘 들지 않는 다는 것이 맘에 들 지 않았다. 나는 조금 씩 식칼 을 바라보았다. 식 칼은 그 날 에서 어렴 풋한 빛을 띄 며 나 를 천 천히 핥으며 바라 보 았다. 나 는 그 부 름에 대답 하 고 자 했다.
욕조는 따 스한 곳이다. 욕조 에 물을 받으며 난 대학 교 때 교 수가 말한 얘기를 생 각 했다. 그는 우 울증 에 걸린 교수 였 다. 교 수 가 말하기 를, 자신 이 세 상을 포기하 고자 욕 조에 따 스한 물 을 가득 담 고는 그 의 동맥 을 날카로 운 날로 그었는데, 그 의 뜨 거 운 피 가 욕 조 속 에 가득 찰 무렵, 그의 아내 가 그 를 발 견하고는 그를 구했고, 그래 서 그 는 다시 의 미 있는 삶을 구 축 하 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 는 의 미 있 는 삶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일까 라는 질문에 대 답 할수 없 었다.
닭을 벨 때보다 내 손목을 세로로 자를 때 식칼은 오히려 더 잘 들었다. 나는 재미있는 아이러니를 느끼며 뜨거운 물로 들어갔다. 붉은 휘황찬란함이 산뜻하게 퍼지며 욕조가 더욱 아름다워졌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은 알 수 없는 프랙탈 구조로 뻗어나가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확신하고 있다. 나는 2분 후 시작되리라는 것을. 어머니를 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는.. 그렇지만... 나는... 지금... 그리고...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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