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가 왜 아까 그딴 댓글을 달아서 이러고 있을까... 야동 찾아야 하는데...
중간에 자꾸 딴소리 집어넣은 건 나름 진지한 글을 희화화해보려고 노력한 것인데 오히려 산만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급히 쓰다보니 문장 가독력이 떨어져서 수정중입니다.
지금 여기 전체의 목적, 더 좁게는 자게의 목적은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서 설명해봅시다. 자유게시판에는 약 20여 명의 고정적인 이용자가 있다고 가정해봅니다. 다 언급할 필요는 없고 그 중에서 이용자 A, B, C가 있습니다. 이제 A가 뭔가 글을 쓰고자 합니다. 여기서 먼저 나타나는 문제는 자유게시판의 주제가 사실상 무한정이라는 것입니다(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주제 빼고).
A는 일반적인 내용을 주제로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저번에 들은 음악이 좋았다, 게임 새로 나온게 기대된다(는 겜게로 이동), 어떤 여배우 이쁘다, 이런 뉴스가 있다(는 제발 뉴게로) 등등.
그런데 동시에 A는 자기의 고민을 게시판에 쓸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위의 일반적인 이야기에 자신의 의견을 붙일 수도 있고요(뉴스에 이게 붙으면... 으으 끔찍. 이 주제는 나중에 다시 언급). 몇몇 주제는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금지규정만으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는 없습니다(안 지키는 사람도 몇몇 있고). 여기에 대해 B, C 등은 반응을 하게 됩니다. 댓글을 달 수도 있고, 그냥 보면서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A에게는 자유게시판 내에서의 "캐릭터"가 형성이 됩니다. 그 캐릭터는 현실의 자신과 일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무한도전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구성원의 캐릭터입니다. 캐릭터에 따라 어떤 모습을 기대하기도 하고, 의외의 모습 때문에 재미를 얻기도 합니다. 이것이 무한도전을 시청하게 되는 이유입니다(저는 노잼이라 무도 안본지 1년 정도 된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자게에 계속 오는 사람들은 왜 오는 것일까요? 당연히 뭔가 자신에게 플러스적인 의미가 있으니까 옵니다. 현재로서는 그것이 앞에서 언급한 A, B, C와 같은 사람들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재미밖에 없습니다. 더 디테일하게 말하면 A의 입장에서는 내가 쓴 글에 다른 사람(B나 C나 등등)이 어떻게 반응할까, B 등의 입장에서는 A가 무슨 글을 썼을까 등등. 여기까지 언급하셨으면 대충 아셨겠지만 저 놈의 캐릭터가 친목질의 동력원입니다. 그렇다고 이걸 무한정 배척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자게를 없애고 그냥 공지게시판 내지 정보게시판으로 충분합니다.
캐릭터가 (긍정적? 인지는 모르겠지만) 발현된 예시:
자게아르의 비밀(http://www.playxp.com/sc2/general/view.php?article_id=4962808&search=1&search_pos=&q=)
이런 캐릭터성에 의존하지 않고 게시판이 고정이용자를 유지하며 살아남을 방법은 몇 가지 없습니다. 한 가지는 이용자 집단이 무지막지하게 커져서 개별 캐릭터가 갖는 의미를 희석시키는 것입니다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첨언하자면, 친목성이 게시판 신규 유입을 단절시킨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그 의견에 크게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왜 자기 이야기를 공개적인 곳에다 쓰겠습니까. 형성된 집단에 소속되려는(소속이라는 단어가 맘에 들지 않는다...) 의미가 눈꼽만큼이라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캐릭터성에 의한 흥미를 대신할 다른 플러스적 요소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벤트를 계속 열고, 상품을 주는 게 이런 것의 예시입니다. 물론 자게 성격상(+운영자의 지갑상)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예시의 A, B, C로 돌아가봅시다. A가 자신의 글을 쓸 때 별 문제없이 쓸 수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병신력이 드러나게 쓸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고 잘 모를 수도 있으니 이게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B가 여기에 대해 응하는 반응입니다.
1) 님 그거 좀 이상한거 같음
2) ㅋㅋㅋㅋㅋ ㅄ임?
3) 캬... 님의 통찰력 깊은 병신력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순화시켰음...).
1번의 경우에는 크게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적습니다(안된다고 말하긴 그렇네요. 저도 몇 번 당해서...). 문제는 2번하고 3번입니다. B의 반응에 대해 A가 크게 반응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만, 우리의 자게아르 실험장에서 그런 이상적인 이성인만 존재한다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귀납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심지어 공손하게 문제제기해도 빡도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A는 싸움을 시작합니다. B도 싸웁니다. 여기에 C도 끼어듭니다. 그리고 그 싸움의 배경에는 이미 앞에서 언급한 캐릭터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싸움이 끝나도 A의 병신력은 원수지간이 된(?) B에 의해 자게에서 대대로 회자됩니다. 단골 블럭자들의 블럭사유를 보면 이러한 A와 B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미 쌈박질이 된 이상 A도 죄인입니다.
답은 이미 나왔습니다. 그냥 A, B를 격리시켜야 합니다. 이것은 애초에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수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친목은 죄가 아닙니다. 그냥 거리의 키보드 파이터들이 문제입니다. 자게와 친목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기준점을 설정해서 그걸 금지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물론 모든 이용자가 실험실의 오브젝트마냥 행동한다면 기준점 설정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만 불가능에 한 표 걸겠습니다. 유입자가 아무리 없다고는 하지만 간간히 들어오고 개중에는 B같은 친구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냥 쫓아내십시오. 여기는 개인소유 홈페이지지 정부기관이 아닙니다. 맘대로 하다가 문제되면 중간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합의(블럭에 대한 이의게시글 전체공개 등)하면 그만입니다.
보론적으로, 처음에 언급한 주제가 없는 게시판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주제를 제약했을 때 모든 이용자가 그걸 지킨다고 가정하면 친목에 의한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는 있습니다. 최근 개설된 게임게시판이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제를 고정시킨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앞에서 말한 자유게시판의 첫 문제점은 주제가 자유롭다는 점과 다소 배치되는 말이긴 하지만, 다른 오래된 게시판을 봤을 때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옆동네 롤게시판이나 스2게시판을 가보면 거기는 주제가 특정 게임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블럭당하는 분들이 나옵니다. 어느 게시판이나 파이터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긴 합니다. 결국 자유게시판의 자유가 무한정이라는 문제는 그런 분란적 요소를 강화시키는 요소이지만 근본적인 요소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