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은 4주 동안 빈에 머물게 된다. 스탈린이 이렇게 오랫동안 러시아를 떠나 있는 일은 두 번 다시 없다. 그디음으로 그니마 오랫동안 외국여행을 하는 것은 30년 뒤 테헤란을 방문할 때다. 그때 스탈린은 처칠, 루즈벨트와 대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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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은 공원을 거닐면서 생각에 잠긴다. 날이 벌써 어두워지고 있다. 그때 스탈린 쪽으로 또다른 산보객이 다가온다. 그는 스물세 살의 실패한 화가로 아카데미 입학을 거절당하고 지금은 멜데만슈트라세 27번지에 있는 남성쉼터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그는 스탈린과 마찬가지로 큰 기회를 붙잡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이름은 아돌프 히틀러. 당시 두 사람의 지인들이 들려준 얘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쇤브룬 궁전 공원에 자주 산책하러 갔다고 하니 어쩌면 두 사람이 끝없는 공원을 산책하다가 마주쳐 한 번쯤 모자를 들어올리며 서로 정중하게 인사를 나누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세기의 짧지만 끔찍한 극단의 시기는 이렇게 1913년 1월 어느 오후 빈에서 시작한다. 나머지는 침묵이다.(중략)
그러므로 혹한의 1월 어느 오후 쇤브룬 궁전 공원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보다 두 사람이 더 가까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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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