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판(발매 기준) 군심의 아바투르는 딱히 선악 경향이 없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그의 과학자 공돌이 포지션이고 인게임에선 그저 군단의 지도자를 위한 진화용 단말기 정도의 존재죠.
근데 원래 기획 단계에서 아바투르는 케리건의 조력자인 척 하면서 검은 속을 가진 빌런으로 등장할 계획이었습니다.
악당으로 계획되었던 아바투르는 '케리건을 이용해 초월체를 다시 한 번 부활시키고 케리건을 초월체의 의지에 다시 귀속시킨다'라는 궁극적인 계획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케리건이 인간이 되고 최초로 거대괴수(티아매트)의 통제권을 되찾았을 때 이즈샤와 함께 동료로 들어오는 그는 케리건의 명령을 듣긴 하지만 독자적으로 군단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존재입니다(무리어미처럼). 케리건은 이후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이즈샤가 보여주는 자신의 과거의 기억 단편들로 그의 계획을 점차 깨닫게 되어가는 구조였습니다.
케리건도 사실 저그로 변이해가는 것에 대한 잘린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여러분이 다 알고 있는 군심 스토리는 그것을 급격하게 압축시킨 것입니다. 제루스에 가서 한 방에 칼날 여왕으로 빡! 하고 변하는게 아니고 캠페인 과정을 거치면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아바투르가 계획한 함정들에 노출되어 서서히 다시 저그로 변이하게 되는 과정을 갖고 있었습니다(총 4단계에 걸쳐서 칼날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감). 아무튼 케리건의 모습이 점점 저그로 변해갈 때마다 이즈샤에게 맡겨 놓았던 과거의 기억들이 서서히 해금되어가고, 캠페인 스토리 중반 쯔음에 케리건은 아바투르의 궁극적인 계획을 눈치채게 됩니다. 그래서 아바투르를 제거할 생각을 했으나, 아바투르는 군단에 있어서 대체할 존재가 없는 너무나 귀중한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없앨 수는 없었습니다.
케리건은 이후 짧은 시나리오 과정을 통해 아바투르에게 제안을 하나 합니다. 바로 저그 군단 궁극의 '최종 진화물'을 만들자는 것이었는데, 케리건은 아바투르에게 '어떤 존재'의 설계도를 일부분씩만 주어 그것을 제작하게 하고, 그 일부분이 완성될 때마다 자신의 사이오닉 능력으로 아바투르의 기억을 지웁니다. 이런 식으로 수많은 작업 과정을 통해 결국 그 '어떤 존재'가 완성이 되고, 케리건은 최종 진화물의 완성을 칭찬하며, 아바투르를 제거합니다.
그동안 케리건이 아바투르에게 시켜 만들었던 것은 아바투르와 완벽하게 똑같이 닮은 복제품이었던 것입니다.
(통제 권한이 온전히 케리건에게 있는)
이 스토리 라인은 적절한 반전성과 블리자드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주인공의 BadAss함을 폭발시켜주는 것이었지만
아쉽게도 군심 캠페인이 절반으로 축소되면서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