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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로코코
작성일 2015-11-15 18:26:53 KST 조회 492
제목
오늘 꿨던 꿈 내용 최대한 기억해냄 ㅎ

역대 최대 스케일이라서 기록해야만 했다

 

꿈이란 게 일어나서 그것을 환기시키면 외부 정보에 의해 곧바로 오염되기 때문에 사실상 100% 확실한 내용은 아닐 겁니다.

 

시작은 공터에서 아침체조를 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좀 낯이 익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 나는 영화판 1984의 윈스턴 등장 장면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아침체조가 끝나고 나서 나는 일을 하러 가야하는군 하고 생각을 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원래 꿈에서는 장면전환이 매우 빠르다) 나는 사무실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여기가 어딘지,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알아차렸다. 여기는 상상력전투여단 이라는 건물이었다. 여러 층이 있었는데 나는 그 중에서 한 중간쯤에 속해 있었다.

 

상상력 전투 여단은 내가 속해 있는 군국주의 국가 유라시아 연방(나중에 생각난 이름이다.)의 특수부대였다. 비대칭전력 특수부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좀 특수한 전투를 하는 부대였다. 이 세계는 3개의 열강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내가 속해있는 유라시아 연방(중국으로 대변되는 아시아와 러시아로 대변되는 EU의 합동 연방), 영미 커먼웰스(미국+영국+인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프리카 연합체(듣보)로 나뉘어 있었다. 세 열강은 모두 다양한 핵무장을 하고 있었고 따라서 서로 전쟁은 하되 소규모 국지전만 벌이고 있는 양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상력 전투 여단은 서로 매우 비슷한 전략자산을 가지고 있는 세 국가 사이에서 어떻게 독특한 전략을 발휘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인가, 를 고려하는 부대였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각 층마다 전략전술을 연구했다. 층은 이른바 '현실성' 에 따라 나뉘었다.

즉 1층은 전체 GDP의 2%가량을 국방비로 쓸때 우리가 혁신적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부서, 2층은 4% 3층은 6% 이렇게 점점 올라가서 내가 있는 중간층(정확히 몇층인지는 모름)은 GDP의 25%를 국방에 쓰는 현 시점 우리가 전략적 우이를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가장 현실적인 부서였다.

맨 위층은 GDP 50% 즉 사실상 토탈 워를 할때를 가정하에 두고 전략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대부분 몽상가에 천재인데다 영감을 얻기 위해 법적으로 금지된 마약으로 환각상태에 빠지곤 했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또 나는 어딘가로 장소를 옮겼다. 거기는 일종의 회의실 같았다. 프레젠테이션으로 맨 앞에 있는 사람이 지도를 보여줬는데 세계지도였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우리 유라시아 연방과 빨간색으로 칠해진 영미 커먼웰스 갈색의 아프리카가 보였다. 갑자기 주식 풋콜 화살표 같은 게 화면에 뜨더니 1차함수 그래프가 막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

 

사람들이 갑자기 박수를 쳤다. 나도 따라서 박수를 쳤다. 꿈 속인데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러더니 누군가가 점심 시간이라고 했다. 한 사람이 박스 안에 초코파이(러시아어가 쓰여 있었다. 난 러시아어를 모르지만)와 레쓰비 캔커피를 돌아다니며 나눠주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초코파이를 먹으려 했었는데 옆에 있던 동무가 대뜸

"아니 그걸 먹으려는 거요 동무?"

이러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꿈 속에서 보통 나는 대사를 내뱉지 못하는 편이다)

동무가 말을 이었다

"우리 유라시아가 패악한 미제놈들에 비해 적은 자원과 공장을 가지고 있음에도 선전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되어 나아가는 국민성과 단결된 노동력, 그리고 청빈에 있소. 검소하게 생활하고 죽지 않을 만큼만 먹으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 자산 그 자체요. 그걸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치스러운 간식을 굳이 먹어 우리의 총알탄과 폭탄 생산량을 감소시키려 하진 않겠지요."

 

아! 듣고보니 나도 떠올리는 바가 있었다. 우리 유라시아 연방은 인구가 엄청 많고 국토도 넓었지만 영미 커먼웰스보다 GDP가 훨씬 낮았다. 기술력도 매우 낙후되었고(갑자기 T-34가 떼를 지어 행군하는 이미지가 보였다) 사람들이 자주 굶어 죽었다. 그런데 교과서에 의하면 그것이 우리의 강점이었다. 영미 인간들은 너무 잘 살아서 쉽게 분열되고, 볼트를 조이는 수준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할때도 염치 없이 더 많은 월급을 달라고 불평했다. 그래서 영미 사람들은 수천억 달러의 돈을 국방비에 쏟으면서도 우리 유라시아보다 전차와 전투기의 숫자가 훨씬 적었다.

위대한 XXX동무(스탈린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아마도 수령인듯)는 청빈이 곧 강함이며 강함이 곧 부라고 하셨다. 나는 더 굶고 궁핍할수록 부유하게 사는 것이라고 배웠다.

 

우리는 모두 받아든 초코파이와 레쓰비를 다시 박스 안에 도로 넣었다. 다시 누군가가 박수를 쳤고 나도 따라서 박수를 쳤다. 울컥하면서 자부심같은게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다시 장면이 바뀌어 이번에는 뭔가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갑자기 내 심장이 쿵쿵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뭐지? 했는데 갑자기 런던이 줌아웃됐다. 런던 공군기지의 모습이었다. 사진에 SR-72와 영국 스카이론 SSTO 두개를 합친듯한 이미지의 비행기가 떴다. 저게 뭐죠? 하는 소리가 막 주위에서 들렸다.

 

그런데 갑자기 채정원이 나왔다! 아니 진짜 채정원이 나왔다. 그가 마이크를 들고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이것은 마하 25의 속도로 순항하며 스텔스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커먼웰스의 최신 폭격기입니다. 속도가 그 어떤 방공 미사일보다 빠르고 성층권 너머 비행할 수 있어서 사실상 우리 대공망은 무력화된거나 다름없습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 폭격기는 이제 곧 실비행 테스트에 나설 예정이며 이르면 내년에 런던부터 배치된다고 합니다.(영국제도는 커먼웰스의 비대칭 전력이 결집된 곳이었다. 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그런 설정이었다.) 우리 유라시아 연방의 최고 군사령부는 이 폭격기의 개발을 막기 위해 최정예 특수부대와 스파이들을 영국에 잠입시킬 생각입니다. 그들이 부디 사보타주를 성공시킬 수 있기를 빕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끝장입니다."

 

그러더니 주변에서 막 탄식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내 심장박동은 최고조가 됐다. 현실에서 내장이 꼬이기라도 한 건지 배가 아파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고고도 폭격기가 활공하는 장면이 보였다. 열핵원과 버섯구름의 이미지가 차례차례 눈 앞을 지나갔다. 나는 갑자기 눈시울이 시큰해지고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뇌 반구가 펄펄 끓어 뇌수와 함께 입구멍 바깥으로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갑자기 채정원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가 호통을 쳤다.

"뭐야! 왜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 동무는 유라시아를 빼앗기고 싶소?"

당연히 아니었다. 나는 울면서 목청껏 부르짖었다

"아닙니다 유라시아 지킬 겁니다 패악한 무리에게 우리 유라시아 절대 못줍니다!!!"

아무리 내가 소리를 질러도 실제로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나는 당황에서 더 호되게 부르짖다가 결국 잠에서 깨어났다. 신선한 아침 햇살이 내 머리맡에 닿았고 눈꺼풀 밑으로 촉촉한 물기가 느껴졌다. 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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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트럴임 (2015-11-15 18:31:5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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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원 부분에서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아이콘 젖소왕가몬 (2015-11-15 18:44:3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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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연합이라니 나는 인정할 수 없네
아이콘 개념의극한 (2015-11-15 21:12:2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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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책으로 써도 될듯
아이콘 Jin.K (2015-11-16 08:42:4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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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매우 1984스럽네요 ㅋㅋㅋㅋㅋㅋ 책내시면 제가 사서 볼듯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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