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로코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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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3-05 23:01:26 KST | 조회 | 4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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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빅맥을 먹고 싶다는 것은 산업에의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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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도 빅맥이 떠으르고 배가 주리고 창자가 스스로 오그라들며 범음을 속삭임
그 맛을 잊질 못하겠음 그게 구체화된 악몽이 되서 으슬으슬 내 머리 속에서 기어나와 지금 당장 식도 안으로 빨려 들어갈 거 같음 이건 그야말로 빅맥의 악마, 물화된 내 공포이자 온 몸으로 낳은 식욕의 절망임
먹고 싶은 빅맥을 참고 또 참은 지 어언 5일이 지나니 뼈마디를 잇는 관절마다 시린 바람이 에이고 살덩이가 떨리고 밤마다 죄 지은 기분이 되어 내 용서 받지 못할 영혼이 참회의 낫에 찍혀 풀무불 구덩이로 던져짐
언제나 빅맥 먹는 상상을 함 간혹 감자튀김과 함께 먹는 상상을 함 염분의 포교가 내 혀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면 한 순간 대뇌의 자글자글한 주름이 댕 펴질 법열이 찾아옴 법열과 함께 허무가 들어옴 허무 내 삶의 주치의
빅맥 먹는 상상을 함 빅맥을 먹으려면 우선 빅맥 만드는 상상을 해야 함, 칼 세이건이 말했다
우선은 미국 건초를 뜯으며 자란 소를 생각함 소는 도시의 인공 자궁에서 힘차게 길러짐(이중섭이 은박지에 초상화를 그려줬지요)
소는 스무 개의 칼날을 막처럼 투과해 잘게 잘게 갈라짐 소의 영혼을 가둬 둔 맛의 분자가 쪼개졌다가 재배열하며 새로운 맛의 건축물을 축조함(보르헤스가 다시 쓴 돈키호테지요)
웰-비잉을 생각하며 토마토 양상추 상추를 꺼냄 모든 채소에 물방울이 붙어있음 백열광이 물방울이 부딪치며 올챙이처럼 산란함 칼로 야채를 가름 토마토의 튼실한 궁둥이가 베어져 나오며 피가 뿜어져 나옴 야채의 비명/아무도 듣지 않음
빅맥 완성하는 상상을 함 상상일 뿐인 상상은 언제나 무해하지 않은 편에 속하기에 상상은 남용될 수 있고 남용된 상상의 부풀어오르고 잔뜩 부패한 찌꺼기는 언제나 당신의 정신을 무해하지 않지만은 않은 수준까지 오염시킬 위험이 다분히 존재할 수 있음을 내 또 다른 주치의인 모호가 말함(그는 며칠 전에 실직했다)
그리고 이제 수줍은 나의 처녀아이 빅맥이 대지같은 플라스틱 쟁반에 담겨져 나오지요
나는 첫 사랑의 무자비함으로 빅맥의 단면을 썹니다 내 툽툽한 앞니로 썹니다 빵 쇠고기 사랑이 펄펄 끓어 온 몸으로 녹은 치즈 토마토 상추 추락한 낙농업 종사자가 대지에 달라붙은 모양새를 한 녹은 치즈 상추 쇠고기 다시 빵 역사가 반복됨을 상기시키지요 나는 이제 내 입 안 가득히 스스로를 채워 넣은 빅맥을 머금은 내 입을 어찌할 바 몰라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빅맥을 자르는 내 이는 폭력의 주체 내 입 속으로 들어온 빅맥/역사의 단면은 수동적인 폭력의 주체 때때로 소극적 저항자 혹은 무저항자가 폭력자임을 누설한 현인들이 있었지요 그 말은 맞습니다/무저항자가 역사처럼 거대한 사람일 때에만
아,,빅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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