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워크래프트 영화의 리뷰 지수들을 보면 게임 기반 영화는 잘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일종의 이 판의 '과학'이 한 번 더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사실 워크래프트 영화는 그냥 잘 만들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일종의 못 만든 영화계의 기념비를 하나 쌓아올린 것 같지만.
사람들이 이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게임업계라는 판에서 존 카멕이 남긴 명언이 있다: "비디오 게임에서 스토리는 본질적으로 포르노에서의 그것과 같다.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즉, 비디오 게임에서 스토리는 특별한 양념이라는 것이다.
요리를 할 때 양념만 먹을 수 있는가? 게임과 영화에서 플롯과 캐릭터의 비중은 크게 다르다. 게임은 플롯이야 어쨌든 플레이어만 재밌게 할 수 있는 룰이 있다면 그것으로 먹고사는 것이고, 영화는 연출이 아무리 좋아도 플롯과 캐릭터는 반드시 중요하게 생각되어야할 요소이다. 물론 <위쳐> 시리즈처럼 굉장히 플롯과 캐릭터에 중시하며 그것을 따라가지 않으면 도통 게임 자체를 즐길 수 없는 시리즈도 있다. 하지만 그 게임들도 '비디오 게임 스타일'의 연출 방식을 나름대로 이룩해냈기에 성공한 것이지, 그것은 영화와 확실히 다른 것이다.
그리고 게임 기반 영화들은 항상 평소의 팬보이들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양념 정도 밖에 안되는 게임의 서사로 영화의 서사를 구축한다. 당연히 잘 만든 영화가 될래도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이야기가 게임을 즐긴 사람들한테는 꽤 긍정적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워크래프트> 이야기가 <얼음과 불의 노래>, <반지의 제왕>만큼 사람들한테 재미있게 다가오는 하나의 문화적 신드롬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단연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