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개인의 투쟁은 매우 고독하고 길다. 그것이 아무리 당연한 권리를 되찾기 위한 정당한 투쟁이라고 해도 말이다.
용감하게 투쟁의 길을 택한 그들 앞에 있는 것은 끝이 안보이는 절차의 굴레와 비합리적인 여론이다. 절차라는 것은 교육을 잘 받은 특정한 개인들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는 제도장치이다. 만민에게 평등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한 여론이라는 것은 문제를 둘러싼 각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이슈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문제의 쟁점을 수시로 바꿔버린다. 원래의 것과 도의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도 말이다. 피해를 받았음에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가 여론에 의해 날로 바뀌어 버리는 일도 일어난다.
하지만 이 절차와 여론의 반영이라는 것은 우리가 인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말들어낸 민주주의적인 장치이다. 피해를 받은 개인을 보호해주는 절차가 없다면, 투쟁하는 외로운 개인을 지지해주는 여론의 반영이 없다면 개인은 인간적 삶을 영위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그럴 수 없다. 개인에게 들어오는 정치적, 경제적 압박, 그리고 다양한 측면에서의 압력은 개인을 무력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방법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오늘 알 수가 없다. 아마도 현대의 민주 제도라는 것은 사람들을 제자리에 머무르게 하는, 그러니까 위로도 아래로도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어떠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