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평창 아라리요 전 정말 한국적이라고 생각함

 

예전에 지젝이 했던 말이 요즘 다시 떠오르는데

일제 강점기 때 한국은 사실상 문화적으로 그라운드 제로가 됐고, 다른 서구 국가들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디지털 시대에 이식하는 과정에서 겪은 부진을 생략한 채 21세기로 넘어갈 수 있긴 했음. 비록 지금은 경제든 문화든 절대 과거처럼 탄력적인 국가가 아니게 됐지마는, 적어도 20세기 말부터 21세기 극초반까지 이어졌던 그 눈부신 고도성장의 발판 중 하나가 되긴 했다는 것.

 

그때 저는 그 말을 칭찬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던 게, 그러니까 한국식 현대 미학은 가히 정신분열적인 상태라고 볼 수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잿더미밖에 남지 않은 과거의 잔재와 미래지향적인(그것도 모두 다른 곳에서 베껴온) 이미지들이 완전히 스까찌개가 된 형태인 셈이죠. K-POP의 가장 특이한 점이 특유의 맥락없이 그냥 멋져보이는 장면을 계속 나열하기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는 분명 어떤 다이나믹함과 다양성은 있을지몰라도 굉장히 분열적인 형태죠.

 

그러니까 평창 아라리요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진짜 내면을 반영한 훌륭한 영상이라고 생각함. 때깔 좋게 편집할 순 있어도 우리는 저 형태에서 근본적으로 변화하지는 못할 것 ㅇㅈ

 

 

아 너무 자랑스럽다

왜 굳이 아리랑을 고집하는가 의문

근데 갠적으로는 이 맥락없음과 스까먹는 특성은 주류가 되긴 힘들어도 지역적 개성이 될 수 있다고 보므로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음.

결국 분열적이라는 거잖아...

사실 저 영상에서 제일 문제되는 건 오브라이언을 꼭 뻐킹 캐네디언 뽕쟁이마냥 묘사했다는 거라고 봄;

구리지만 구리기 때문에 한국적인 정말 역설적인 이야기군요

어디선가 보거나 들은 이야기인데 가장 한국적인 음식은 부대찌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