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초점이 '케리건의 복수'에 맞춰져 있다보니 나루드는 중간보스로 밀리고, 멩스크가 최종보스가 되었지만 '케리건의 각성'에 초점을 더 맞추면서 최종보스를 나루드로 두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군단의 심장에서 원시칼날여왕의 탄생과 그것에서 일어나는 갈등 모두를 풀어헤치면서 멩스크의 죽음에 상당한 비중을 주다 보니 전개가 상당히 불친절해졌다는 인상이 들었거든요.
이 같은 이야기 전개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별다른 사연도 없이 젤나가의 목적에 대해 술술 부는 스투코프(그리고 그걸 바로 납득하는 케리건), 자신의 행동에 정당화하느라 위선자가 된 케리건, 뻔히 저그가 사람들 죽이는 거 알면서도 케리건이 민간인 좀 챙긴다고 바로 도와주는 멍청해진 레이너, 아무리 매정하고 지은 죄가 많은 아버지라 해서 인간의 숙적이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걸 순순히 받아들이는 패륜아가 되버린 발레리안. 다들 케리건이 멩스크를 죽여야 한다는 블리자드의 대본 때문에 어딘가 나사 빠진 행동들을 보여주고 맙니다.
이 같은 개연성 날려먹는 전개를 막기 위해서라도 멩스크의 죽음은 공허의 유산으로 미루고, 나루드와 혼종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이 더 맞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멩스크 역시 케리건이나 레이너와 같이 자치령 외부의 존재가 아닌 나루드의 추종자들에 의한 내분으로 죽음을 맞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전개가 아니었을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