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바이킹이 겉으로 보기에 전투기라는 이점을 포기하고 지상모드로 내려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테란의 설정을 찬찬히 뜯어보면 바이킹이라는 병기가 지상과 공중을 모두 담당할 수 있는 병기 중 가장 유연함을 갖춘 병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테란의 공중 유닛들과 비교해봅시다.
우선 망령의 경우에는 대공 미사일에 지상공격을 포기할 수 없어 레이저 포문을 달았지만 성과는 처참했다고 합니다.
밴시 같은 경우에는 강력한 지상공격이 가능하나 공중은 타격이 불가능합니다.
전순, 발키리는 성능은 우월하지만 그 크기가 전함급, 내지는 프리깃급으로 일반적인 전투기라 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현존하는 테란의 전투기에 달 수 있는 공대지 무기 증에서 공대공 무기와 같이 장비할 수 있으면서 저그나 프로토스에게 유효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그의 무식한 물량과 프로토스의 단단한 장갑을 뚫기에는 비효율적인 것들 투성이라는거죠.
그런 점에서 바이킹의 돌격모드는 '지상, 공중을 모두 상대하는 전투기'라는 이상이 테란의 현존하는 기술적 한계와 타협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단 지상공격 할 수 있는 무기는 필요해서 개틀링을 달기는 했는데, 워낙 반동이 커서 공중에서 써먹을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이 지상으로 착지하여 자세를 잡아야만 사격이 가능한 거죠.
하지만 이러한 메커니즘이 테란에게 마냥 손해이기 만은 한 건 아닙니다. 전투기가 공중에서 사격하는 걸 시원하게 포기하고 지상으로 내려와 버린만큼 퍼부을 수 있는 지상화력은 훨씬 더 강하며, 소설에서도 바이킹의 개틀링이 히드라나 바퀴 정도는 순삭시킬 수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즉, 국지전에서 보병 부대를 엄호하여 퍼부을 수 있는 포탑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넓은 범위를 타격할 수는 없지만, 그 역할은 밴시가 대신하며 바이킹은 유동적으로 밴시를 보호하는 공대공 전투기, 해병들을 지원하는 지대지 포탑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남은 의문은 그러면 왜 하필 다리를 달았냐는 건데... 제 생각에는 그냥 장식입니다. 어차피 돌격모드는 기동성이 좋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날아가면 되니까. 돌격모드에 필요한 건 그냥 바이킹의 몸체를 지탱할 수 있는 무언가이기면 하면 되고, 그걸 그냥 다리를 달아둔 거라고 봅니다. 오히려 2족보행이 방향 전환에는 더 좋다는 걸 감안해보면 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