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XP

서브 메뉴

Page. 1 / 28 [내 메뉴에 추가]
글쓰기
작성자 Bro.Mayo
작성일 2006-11-15 12:36:45 KST 조회 4,530
제목
Cycle of Hatred 『3』
우와아아앙 3장은 왜 이렇게 길어 우와아아앙
중간중간에 집중력 부족으로 혼났습니다.
그래도 오타나 문법오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건 그렇고, 전 윈터칠님 소설 팬입니다.
그래서, 안토니다스 역시 '폐인 마법사' 범주에 들어간다는 이 소설의 설정을 보고서 대단히 슬펐습니다. 흑흑.

"나의 안토니다스는 그렇지 않아!!" (?)

----------------------------------------------------

테라모어의 여군주 제이나 프라우드무어는 칼바위 언덕의 정상에 서서 역사상 가장 있을 법 하지 않았던 동맹이 결성된 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칼바위 언덕은 물론 오크의 영토이지만, 이곳은 쓰랄이 자주 오는 곳이며 제이나는 그만의 능력이 있기에 둘의 합의하에 이곳을 그들의 가장 좋은 회담장소로 정했다. 제이나에겐 그녀가 원하는 곳 어느 곳이든 즉시 이동할 수 있는 마법이 있었으니까.
사실 이번 회담을 하자는 메시지가 쓰랄에게서 왔을 때 제이나는 일종의 위안을 느꼈다. 그녀가 성인이 된 이후의 삶은 재앙에서 또 다른 재앙으로 이어지는 과정들이었다. 그녀는 악마들, 오크들, 장군들과 싸워 왔고, 그녀의 작은 손에 세계의 운명이 맡겨진 적도 한 두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한때 고귀한 전사였던 아서스의 연인이었으나, 그는 타락했고, 지금은 스컬지의 리치 왕이 되어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지도자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리고 있었기에, 그녀는 언젠가 그를 전장에서 보게 될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살게라스가 타락시킨 마법사 메디브는 악마와 오크들을 이 세계에 횡행시킴으로서 인간성을 저버렸지만, 이후 충실한 동맹이 되어 제이나와 쓰랄, 그리고 그들의 백성들로 하여금 나이트 엘프들과 동맹하여 불타는 군단에 맞서게 하였다.
그 후 인간들이 칼림도어의 새로운 정착지로서 테라모어를 건설할 때 제이나는 드디어 평온을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화가 찾아왔음에도 평온은 없었다. 그녀가 테라모어를 통치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일과를 수행하면서 그것이 하루 종일 계속되는 긴 싸움이라 생각했다. 거의 평화로웠으나, 조용하지 못했다. 사실 그녀에게 후회란 것은 없었지만, 그녀는 사막의 여행자가 물 한 병을 갈구하는 것만큼 휴식을 갈구했다.
언덕 정상의 끝자락에서 그녀는 멀리 아래쪽을, 언덕 아래의 작은 오크 마을을 바라보았다. 거친 갈색 땅에 잘 방비된 오두막들이 점점이 위치해 있었다. 평화의 시대에도 오크들은 그들의 마을을 쉽사리 함락당하지 않게 정비했다. 몇몇의 오크들이 오두막 사이를 오가며 인사하고 서서 대화를 나누었다. 제이나는 그런 평범하고 단순한 일상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그녀는 쓰랄의 비행선이 도착하고 있음을 알리는 낮고 규칙적인 덜커덕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그녀는 커다란 비행선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가까워지면서 그녀는 뜨거운 공기로 채워진 캔버스 풍선으로 비행하고 프로펠러가 달린 기계 장치로 추진하는 비행선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또한 캔버스 풍선 아래에 있는 비행선의 착륙 장치에 쓰랄 혼자서 서 있는 모습도. 풍선에는 많은 상징들이 그려져 있었다. 일부는 제이나가 오래된 오크 말의 그림문자라 알고 있는 것들도 있었고, 쓰랄의 출신 부족인 서리늑대 부족의 상징도 있었다. 이것이 제이나의 백성들이 사용하는 비행선과 확실히 구별되는 부분이었다. 테라모어의 사람들이 고블린들에게서 빌리는 비행선들은 좀 더 형언할 수 없는 몰골이었다. 제이나는 오크들이 그들의 비생물적 교통 수단에 살아 있는 탈것들과 같은 인격을 부여하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과거 그들이 언덕의 정상에서 만났을 때, 쓰랄은 적어도 두 명의 경비병을 대동했다. 그가 혼자 온다는 것은 그녀를 크게 배려하는 것이었다.
비행선이 가까워지자 쓰랄은 몇몇 레버를 당겼고, 비행선은 느려지면서 정상 상공에 정지했다. 마지막 레버를 당겨서 그는 줄사다리를 꺼내 내려갔다. 대부분의 오크들과 같이 쓰랄은 녹색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이었고, 머리를 땋아 어깨 위로 늘어뜨렸다. 그가 입고 있는 청동으로 장식된 검은 판금 갑옷은 쓰랄의 조언자였으며 듀로타의 수도 이름의 어원이 된 오그림 둠해머의 것이었다. 그의 등에는 가죽끈으로 오그림의 무기가 매달려 있었는데, 둠해머라는 성은 이 무기의 이름에서 온 것이었다. 제이나는 쓰랄이 전장에서 이 무기로 많은 악마들의 피를 뿌리는 것을 보았다.
쓰랄의 외모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오크들 사이에선 드문 파란 눈이었다. 오크들은 그것을 그의 지성과 친절함을 상징하는 것이라 여겼다. 3년 전, 테라모어와 듀로타의 도시들이 건설될 때 제이나는 쓰랄에게 오래된 티리스팔의 룬 하나가 새겨진 작은 돌로 된 마법적인 부적을 주었다. 제이나는 그것과 쌍둥이인 부적을 자신이 가졌다. 쓰랄이 부적을 쥐고 그녀의 생각을 하면 제이나의 부적은 빛났다. 그 반대도 확실히 같은 기능을 했다. 그들이 어느 한 쪽이나 양쪽 모두, 그리고 그들의 백성들에 영향을 주는 현안에 대해 지도자로써 비밀 회담을 하려 할 때나, 그저 오래된 친구와 전우로써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 때 그들은 그저 부적을 작동시키기만 하면 되었다. 제이나는 언덕의 정상으로 순간이동을 하고, 쓰랄은 그의 비행선으로 도착했다. 언덕의 정상에 이르는 다른 길은 없었다.
“만나서 반가워, 나의 친구.” 제이나는 따스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이 말은 진심을 담고 있었다. 그녀의 전 생애에서 그녀는 이 오크만큼 명예롭고 의지가 되는 자를 찾지 못했다. 한때 그녀는 그의 아버지와 아서스를 꼽았다. 하지만 프라우드무어 제독은 칼림도어의 오크를 공격하기를 고집했고, 그의 딸이 오크들 또한 인간들과 같이 불타는 군단의 침략에 의한 희생자이며, 악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을 믿기를 완고히 거부했다. 제이나가 익히 보아왔던 다수의 인간들과 같이, 프라우드무어 제독은 세상이 그가 젊었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으며, 때문에 변화 자체와 싸우려 했다. 이는 오크들 자체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고, 때문에 제이나는 아버지를 배신해야 하는 끔찍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쓰랄에게 최소한의 희생만을 낼 것을 주문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아서스의 경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악이 되었다. 이제 제이나는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이나 그녀의 아버지보다 오크의 대족장을 더 신뢰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공격을 시작했을 때, 쓰랄은 그녀의 아버지를 패퇴시킬 계략을 말해 주는 제이나의 눈 속에서 고통을 읽었기에, 그는 약속을 지켰다. 또한 그는 세계는 정해진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젖먹이 때 붙잡혀 애델라스 블랙무어라는 인간에게 완벽한 노예로써 길러졌다. 그의 이름마저 그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쓰랄은 그의 사슬을 벗어던지고 오크들을 자유로 이끌었다. 그리고 악마의 호드와 연을 끊고 그의 백성들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했다.
지금, 제이나는 쓰랄의 그 보통이 아닌 눈에서 다른 기운을 읽었다. 그녀의 소중한 친구는 지금 화가 나 있었다.
“우리는 조약 문서를 만들지 않았어. 우리 사이에.” 쓰랄은 제이나의 인사에 대답도 하지 않고 바로 말을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의 동맹에 규정 같은 건 만들어놓지 않았지. 우리는 우리의 결속이 피로 담금질 된 것이라 서로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어.”
“난 너를 배신하지 않았어, 쓰랄.” 제이나가 긴장된 목소리로 짧게 말했다. 그녀는 총체적 배반에 대한 대화의 기교도 없는 규탄이나 그들의 결속에 대한 뜬금없는 언급에 당혹해 했지만, 표정 관리를 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도제 마법사 시절에 처음으로 배운 것은 마법의 길과 격한 감정은 친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녀의 조언자, 대마법사 안토니다스의 유산인 화려한 나무 지팡이를 꽉 쥐었다.
“네가 배신했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쓰랄의 말투는 여전히 호전적이었다. 그를 따르는 오크들과는 다르게, 거칠음은 쓰랄의 기본적인 태도가 아니었다 - 이것은 확실히 그가 인간에게 키워졌다는 사실에 기인했다. “하지만 네 백성들은 우리의 결속을 너만큼 강하게 여기는 것 같지 않더군.”
메마른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쓰랄, 무얼 말하고 싶은 거야?”
“우리 상선, 오가타가 해적에게 습격당했어.”
제이나가 어깨를 움츠렸다. 그들은 해적을 막으려 노력하지만, 사략선(privateer)*은 여전히 바다의 골치였다. “우리는 가능한 만큼 순찰을 돌아. 하지만 -”
“앉아서 구경만 하는 순찰 따윈 아무 쓸모도 없어! 오가타는 그 쪽의 순찰선을 가까이에서 봤다고! 그 짙은 안개 속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있었는데도, 그들은 볼릭 선장과 선원들을 도와주지 않았어! 볼릭은 안개뿔피리까지 불었지만, 네 병사들은 그저 앉아 있었다고.”
쓰랄의 화에 반비례하게 제이나는 조용히 물었다. “너는 보초병이 그들을 봤다고 말했지. 그렇다고 이 쪽의 순찰선이 오가타를 보았다고는 할 수 없잖아.”
제이나의 이 말이 쓰랄을 제지했다.
제이나가 계속해서 말했다. “네 백성들은 우리보다 더 좋은 시야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우리 순찰선이 안개뿔피리 소리를 들었을 때, 그들은 그걸 ‘이 곳에서 벗어나’ 라는 신호로 들었을 수도 있고.”
“그들이 내 백성들이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있었다면, 해적들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거야! 내 백성들은 확실히 좋은 시야를 가지고 있지만, 우린 투명체 상태로 싸우진 않는다고. 난 그 쪽 순찰선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안 돼.”
“쓰랄 -”
그는 뒤로 돌아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나는 상황이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어! 나는 네 백성들이 우리들을 그들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줄 알았어. 난 인간들이 오크를 돕기 위해 무기를 들면, 다른 인간들이 그들을 저버릴 거라는 걸 깨달았었어야 했어.”
이제 제이나는 그녀의 성질을 억누르기 위해 모진 애를 써야 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니? 지금까지 우리가 해 왔던 방식대로, 넌 내 백성들이 변명할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어?”
“증거가-”
“무슨 증거? 볼릭과 그의 선원들이 너에게 말했던 그거 말야?”
쓰랄은 침묵으로 제이나의 질문에 대답했다.
“어떤 배가 순찰을 돌고 있었는지 확인해 볼게. 오가타는 어디서 공격받았지?”
“톱니항 해안에서 반 리그(1.5마일), 항구에서 한 시간 거리 정도 떨어진 곳에서.”
제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병사 중 한 명을 조사원으로 파견할게. 그 순찰선은 북부 전초기지에 소속된 것들이야.”
순간 쓰랄은 긴장했다. “뭐라고?”
그는 다시 뒤로 돌아 제이나와 대면했다. “북부 전초기지를 힘으로 탈환하자는 의견은 나에게 꽤나 압박이지.”
“그리고 그걸 유지하자는 의견은 나에게 압박이고 말이야.”
쓰랄과 제이나는 서로를 빤히 보았다. 지금 쓰랄이 제이나의 얼굴을 다시 보았을 때, 제이나는 그 푸른 눈에서 화가 아닌 혼란을 읽어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쓰랄은 더 조용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모든 호전적인 기운이 새하얗게 타 날아간 것 같았다. “왜 우리가 이렇게 바보같이 싸운 거지?”
제이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우리는 지도자야, 쓰랄.”
“지도자는 병사들을 전쟁으로 내몰지.”
“전쟁 때라면 그렇지.” 제이나가 말했다. “평화로운 때에는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통치하지. 전쟁은 매일의 생활을 삼키는 커다란 일이지만, 그것이 끝나면 다시금 매일의 생활이 있게 되지.” 그녀는 옛 동료에게 걸어가 작은 손을 그의 굵은 팔에 얹었다. “내가 이 사안을 조사해서 진실을 알아보겠어. 그리고 만약 내 병사들이 우리 동맹에 따르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확실히 처벌될 것을 약속할게.”
쓰랄이 끄덕였다. “고마워, 제이나. 무례를 사과할게. 하지만 내 백성들은 많이 참아 왔어. 나도 그렇고. 내 백성들이 또다시 잘못 취급되는 걸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나 또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제이나가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녀는 잠시 주저했다.
“아마도 뭐?”
“아마 우린 제대로 된 조약 문서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 물론 이전의 결정 또한 옳았지. 나와 너는 서로를 믿고 있으니까. 하지만 모든 인간과 오크들이 우리처럼 서로를 믿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영원히 살 수도 없잖아.”
쓰랄이 끄덕였다. “가끔 말이지……. 더 이상 우리가 인간들의 노예가 아니라는 걸 내 백성들은 깨닫지 못했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 그들은 이미 먼 과거가 된 속박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려 하지. 가끔 나도 그들의 열망에 사로잡히지. 나 또한 불타는 군단의 일원만큼 비열한 놈에게 속박당하면서 키워졌으니까. 최악의 경우 내가 사라진 이후엔 내 백성들은 우리의 동맹에 대해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러니 네가 옳을 거야.”
“일단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자.” 제이나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조약 문서에 대해 생각해 보자.”
“고마워.” 하고 쓰랄은 고개를 저으며 킬킬 웃었다.
“왜 그래?”
“넌 사실 그녀와 닮은 구석은 거의 없지만--그렇지, 네가 웃으면 순간적으로 타리를 생각나게 한다니까.”
제이나는 테레사 폭스턴, 애델라스 블랙무어의 하녀 중 하나인 통칭 타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숨은 쓰랄의 탈출에 한 몫을 했다. 오크들은 노래의 형태로 그들의 역사를 칭송했다. 록 아몬은 가족의 시작을 연대기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록 트라는 전쟁을, 록 바노드는 영웅의 생애를 다루고 있었다. 보통 알려져 있기를, 록 바노드가 있는 인간은 ‘타리’ 라고 알려진 여성 뿐이었다.
“과분한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제이나가 장난스레 경례한 후 말했다.
“로레나 대령을 북부 전초기지로 파견하겠어. 그녀가 보고를 하면, 너에게 알려 줄게.”
쓰랄이 머리를 흔들었다. “또 여성 군인인가. 인간들은 가끔 나를 놀라게 한다니까.”
제이나의 목소리가 서릿발 같은 한기를 띠었다. 지팡이를 잡은 그녀의 손에 또다시 힘이 들어갔다. “뭘 말하고 싶은 거지? 너희들은 남녀를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거야?”
“물론 그렇지 않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냐.” 쓰랄이 황급히 제이나의 말을 끊었다. “그저 벌레와 꽃은 같은 생물이지만, 그들이 사는 방식은 다르다는 뜻이었지.”
하지만 쓰랄은 제이나의 고마운 설교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 설교는 안토니다스가 자신을 도제로 삼아 주길 바라는 일견 무모한 여성에게 한 말에 대한 대답과 같은 것이었다. 안토니다스는 이전 이렇게 말했다. “여자에게 있는 마법사의 본성은 말이지. 개가 가진 아리아를 작곡할 수 있는 본성이나 다를 게 없어.”
끝으로, 그녀는 쓰랄에게 말했다. “우리가 우리를 동물이라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게 해 주는 건 말이지. 우리가 본성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야. 자, 보라고. 아직 오크들의 본성이 노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잫아.” 그리고 제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너와 같이 생각하는 자들도 있어. 여성도 남성보다 두 배 더 노력하면 같은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지. 이게 내가 다른 대령들보다 로레나를 믿는 이유이기도 해. 그녀는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거야.”
쓰랄이 그의 커다란 머리를 젖히고 진심으로 웃었다. “너는 훌륭한 여성이야, 제이나 프라우드무어. 너를 보고 있자니 내가 인간에게 키워지긴 했지만 아직 인간에 대해 더 배울게 있다는 게 느껴지는군.”
“사실 인간이 너를 키웠기 때문에, 너는 더더욱 인간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기도 하지.”
쓰랄이 끄덕였다. “좋은 지적이로군. 그럼, 로레나 대령이 조사를 마친 후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는 공중에 떠 있는 비행선에 아직도 매달려 있는 줄사다리로 걸음을 옮겼다.
“쓰랄.”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제이나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한껏 격려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동맹이 깨어지도록 하지 않을 거야.”
다시금 쓰랄이 끄덕였다. “음. 깨어지게 두지 않아.” 그리고 그는 사다리를 기어올랐다.
제이나는 마법사들에게만 알려진 언어로 된 주문을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했다. 그녀의 복부를 짓누르고 있던 문제들이 코로, 이 언덕 정상에서, 쓰랄의 비행선에 의해, 칼바위 언덕에 퍼지고 있는 뿌연 안개와 함께 흘러나가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모든 풍경이 테라모어에서 가장 큰 성으로 지어진 건물의 맨 윗층, 그녀의 사무실로 바뀌었다.
그녀는 거의 모든 사무를 이곳에서 처리했다. 이 작은 방의 탁자에는 몇천 장의 두루마리들이 있었는데, 이것들은 옥좌라는 찬란한 이름을 무색케 했다.
제이나는 가능한 한 작게 만들어진 옥좌에 앉았다. 매주 탄원서를 올린 자들을 만날 때 그녀는 당황스럽게 큰 그 의자에 앉기보다는 그 앞에 서서 대면했다. 또한 그녀는 방의 공간을 알뜰하게 사용했다. 이 방은 그녀가 마법사로서의 기술을 배운 곳인 안토니다스의 서재를 연상시켰다. 책상 위의 무질서와 정렬되지 않은 두루마리들. 그녀는 이런 것들에게서 안락함을 느꼈다.
이 방에는 바깥을 볼 수 있는 창문이 없었다. 제이나는 만약 그녀가 바깥을 볼 수 있다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곳에 건설한 모든 것은 그녀의 어깨에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웠다.
순간이동은 언제나 대단히 힘든 과정이지만 제이나는 순간이동 후 바로 전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훈련했고, 이 훈련은 매일 수행되었다. 때문에 그녀는 회복에 아주 적은 시간만을 들였다. 그리고 그녀는 비서를 불렀다. “듀리!”
늙은 미망인 한 명이 방의 정문으로 들어왔다. 이 방에는 통로가 셋 있었는데, 그 중 둘은 모두에게 알려져 있었다. 하나는 듀리가 방금 사용한 문, 또 하나는 제이나의 사적인 방으로 통하는 통로와 계단을 잇는 문. 세 번째는 비밀 탈출로였다. 제이나 이외에 단 여섯 명 만이 이 통로를 알고 있는데, 그 중 다섯 명은 건설에 투입된 일꾼들이었다.
듀리는 그녀의 안경 너머로 제이나를 흘겨보았다. “소리지를 필요 없어요. 난 항상 문 바깥 바로 옆에 앉아 있잖아요. 그 오크와의 회담은 어땠나요?”
제이나는 한숨을 쉬며, 이번이 처음이 아닐 설명을 했다. “쓰랄이에요. ‘그 오크’ 가 아니고.”
연약한 여자가 균형을 잃었을 때 하는 행동처럼, 듀리는 팔을 심하게 흔들었다. 그녀의 안경이 떨어져 목에 걸린 줄에 매달렸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참 바보같은 이름이잖아요? 오크들은 헬스크림 이라던가 둠해머, 아니면 드렉탄이나 브룩스, 그런 이름일텐데, 그는 자기를 쓰랄이라 불러요? 자긍심 있는 그가 자신을 그런 식으로 불러요?”
물론 쓰랄의 이름은 다른 오크들보다 훨씬 큰 자긍심을 담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지만, 이전에 골백번도 더 설명했음에도 씨알도 먹히지 않았기에, 밑빠진 독에 한 사발 더 붓는 대신 그녀는 비서의 실수를 정정했다. “드렉타르에요. 드렉탄이 아니고.”
“어찌 되었든.” 듀리는 안경을 다시 코에 걸었다. “다 좋은 오크 이름들이에요. 하지만 쓰랄은 아니죠. 그건 그렇고, 회담은 어떻게 되었어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어요. 크리스토프를 소환하세요. 그리고 로레나 대령에게 전령을 보내 북부 전초기지에 다녀올 임무가 있다고 전해주세요.” 제이나는 책상에 앉아 두루마리를 정리하면서 선박 출항 목록을 찾기 시작했다.
“왜 로레나죠? 로서나 피어스는 안 되나요? 아니면 적어도 - 모르겠네요. 하필이면 여성이죠? 북부 전초기지엔 거친 자들이 많다고요.”
그녀가 로레나를 언급할때마다 듣는 말에, 그녀는 똑같이 대답했다. “로레나는 로서와 피어스를 합친것보다도 강해요. 그녀가 좋겠어요.”
듀리가 입을 삐죽거렸다. 늙은 여자의 굳은 머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납득할 수 없네요. 군무는 여성의 일이 아니라고요.”
선박 출항 목록을 찾기를 포기하고, 그녀는 비서를 째려보았다. “도시를 다스리는 것도 여성의 일이 아니겠군요.”
“......으음, 그건 다르죠.” 듀리가 약하게 말했다.
“어떻게 말이죠?”
“다르니까요.”
제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3년이나 지났는데도 듀리는 더 나은 대답을 생각해내지 못한 모양이다. “냉큼 크리스토프나 불러 오세요. 그리고 내가 당신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기 전에 로레나에게 전령도 보내고요.”
“여군주님이 저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면 아마 이 방에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게 될 텐데요.”
제이나가 신경질적으로 손을 저었다. “난 지금 찾지 못한 물건이 있어요. 이 망할 선박 출항 목록은 어디 있는거죠?”
듀리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크리스토프가 그걸 가지고 있어요. 그가 올 때 가져오라 할까요?”
“부디.”
듀리가 허리를 굽히자 그녀의 안경이 또다시 흘러내렸다. 제이나는 순간 그녀의 등에 화염구를 날릴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참았다. 듀리가 옳았다. 만약 그녀가 없다면, 제이나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잠시 후, 크리스토프가 여러 장의 두루마리를 가지고 나타났다. “듀리 님의 말씀을 듣고 대령했습니다, 군주님. 아니면 그저 이 두루마리를 원하셨던 겁니까?” 크리스토프가 두루마리를 보였다.
“사실 둘 다에요. 고마워요.” 제이나가 두루마리를 가져왔다.
크리스토프는 제이나의 시종이었다. 그녀가 테라모어를 통치한다면, 크리스토프는 실무를 맡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의 잡무를 처리하는 능력은 이상적이었기에, 제이나가 만약 혼자라면 발생할지도 모를 지도자라는 막중한 짐에 눌려 살기띤 분노를 터뜨리는 일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는 전쟁 전에는 대군주 가리토스의 사무원이었는데, 그 때 그의 능력은 전설적인 영역에 올랐다.
확실히 그는 신체적인 허약함 때문에 군대에선 진급이 더뎠다. 크리스토프는 키는 크지만 골격이 가늘어 적어도 늙음 때문이라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는 듀리만큼이나 허약해 보였다. 그의 어깨까지 닿는 곧고 검은 머리는 모난 얼굴형과 매부리코와 조합되어, 언제나 찌푸린 듯한 인상을 주었다.
제이나는 쓰랄이 했던 이야기를 그에게 해 주었다.
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이야기가 사리에 닿지 않습니다. 톱니항에서 반 리그라고 하셨습니까?”
제이나가 끄덕였다.
“그 해역에는 우리 측 선박이 항해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군주님.”
“안개가 짙긴 했지만--볼릭 선장은 분명 배를 봤어요.”
크리스토프가 끄덕이며 그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군주님, 볼릭 선장이 실수했을 수도 있잖습니까?”
“그건 생각하기 힘들군요.” 제이나가 탁자의 반대쪽으로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선박 항해 목록을 펼쳤다. “오크들은 우리보다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감시병은 그들 중에서도 가장 축복받은 시야를 가진 자를 세우죠.”
“우리는 오크들이 거짓을 말하고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 봐야 합니다.” 제이나가 이 말을 반박하기 전에 크리스토프는 그의 가늘고 긴 손을 들었다. “쓰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물론 오크의 대족장은 명예로운 자입니다. 당신의 신뢰도 그 자에게 향한 것이죠. 아마 그는 선장의 말을 그대로 전달했을 따름일 겁니다.”
“뭘 말하고 싶으신 거죠?” 제이나는 자기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크리스토프가 그것을 확인해주길 원했다.
“양측의 말을 다 들어 보아야 한다는 겁니다, 군주님. 우리는 오크들을 맹목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됩니다. 개개의 오크들의 명예는 증명될 수 있습니다만, 오크 전체는 어떨까요? 우리가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 우리는 장님이 되고 맙니다. 사실 오크들이 모두 쓰랄만큼 깨어 있다고 할 순 없어요. 그는 불타는 군단에 대항하는 믿음직한 우군이었고, 그 사실은 존경합니다만, 그가 한 일은 임시 변통 같은 것이죠.” 크리스토프가 손을 탁자 위에 얹고 몸을 제이나 쪽으로 기울였다. “우리는 쓰랄 이외의 오크는 믿기 힘듭니다. 쓰랄이 사라진다면, 그들은 우리를 치려 할 겁니다.”
제이나가 무심결에 코웃음쳤다. 크리스토프의 말은 자신과 쓰랄이 했던 대화와 판박이었다. 하지만 시종의 입에서 나온 말은 좀 더 비이성적이었다.
크리스토프가 직립자세를 취했다.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하였습니까?”
“글쎄요. 당신은 상황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전 군주님이 상황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칼림도어에 세워진 이 도시는 오크들로 둘러싸여 있어요.” 크리스토프가 드물게 주저했다. 시종이란 직업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똑바로 말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이것이 그의 직업에 알맞은 성격이긴 했지만.
“그래서요, 크리스토프?”
“우리 동맹은 ……. 그래요. 좀 더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 대륙은 오크들이 완전히 지배하고 있어요. 지금은 작은 일이라 괜찮지만, 하지만-”
“그래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오크들의 침략을 막는 것이라는 건가요?”
“물론 프라우드무어 님은 강력한 마법사시지요. 불타는 군단에 대한 승리자이시고, 칼림도어의 인간들을 통치하시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밤에 발 뻗고 잘 수 있지요. 하지만 오크들은 프라우드무어 님께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침략해 올 겁니다. 그렇게 되는 날이면 우리들은 고 프라우드무어 제독님의 꼴이 될지도 몰라요.”
제이나가 의자에 기댔다. 사실 그녀는 악마와 싸우고 테라모어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칼림도어에만 그녀의 역량을 집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아버지가 오크들을 몰아내려 한 것처럼, 불타는 군단과의 싸움에 참전하지 않은 자들은 오크들을 야수와 다를 바 없는 존재로 간주했다.
하지만 크리스토프의 경우 좀 더 사실에 근접해 있을 필요가 있었을 것을. “무엇을 말하고 싶으신가요, 크리스토프?”
“이 건에 있어서는, 볼릭 선장이 쓰랄로 하여금 당신을, 그리고 우리를 적대시하도록 선동했다고 봅니다. 오크들이 우리를 적대시하게 되면, 북부 전초기지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테라모어 항구 말고는 항구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오크들에게 완전히 포위당했어요. 트롤들은 오크들 편이고, 고블린은 중립적이니까요.”
제이나가 고개를 저었다. 크리스토프의 예측은 칼림도어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악몽과 같은 것이었다. 그들이 그런 악몽을 쫓고 평화를 부르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이 어제 같았는데도. 오크들과의 교역은 원활했으며, 듀로타와 테라모어 사이의 중립 지역인 불모의 땅은 평화로웠고 질서있었다. 또한 한때 경멸했던 두 종족은 3년 동안이나 평화롭게 지냈다.
제이나가 이 일이 무슨 일의 전조인지, 지금의 평화가 불타는 군단의 재 침략을 예고하는 폭풍전야가 아닐까 등의 생각을 하는 동안에 키 크고 각진 얼굴에 오똑한 코와 넓은 어깨를 가진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옛 프라우드무어 가의 나라인 쿨 티라스의 제복, 판금 갑옷 위에 닻이 그려진 녹색 휘장을 입고 있었다.
경례를 하며 그녀가 말했다. “로레나 대령, 보고드립니다.”
제이나가 서며 말했다. “잘 왔어요, 대령. 편히 있으세요. 듀리가 임무에 대해 설명했나요?” 제이나는 로레나 옆에 서서 자신이 최대한 작아 보이게 하는 것을 즐겼다.
로레나는 열중 쉬어 자세를 취했으나, 여전히 꼿꼿이 서서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한 시간 이내에 북부 전초기지로 떠나, 도착하면 데이빈 소령을 전령으로 보낼 것입니다.”
“좋아요. 둘 다 가도 좋습니다.”
로레나가 경례하고 밖으로 나갔지만, 크리스토프는 남아있었다. 그가 말하기를 주저하자, 제이나가 재촉했다. “더 할 말이 남았나요, 크리스토프?”
“로레나 님을 북부 전초기지에 남겨 그곳을 강화하도록 하는 임무를 덧붙이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저없이, 제이나가 말했다. “각하합니다.”
“하지만-”
“오크들은 우리가 북부 전초기지에서 물러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그 요청에 응할 수 없는 이유를 내가 이해하기 전까진, 난 그곳에 증원군을 보내는 것 같은 어떠한 도발적 행위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오크들이 우리가 해적을 쫓는 일을 거부했다고 믿고 있고요.”
“전 그래도-”
“돌아가도 좋습니다, 크리스토프.” 제이나가 차갑게 말했다.
크리스토프는 잠시 그녀를 노려보다가, “군주님,” 이라 말하려던 것을 삼키고 나갔다.
----------------------------------------------------

* '사략선' 이란 건 '허가받은 해적' 을 말합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한 영국의 드레이크 제독의 본래 직업을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근데 제이나가 사략선을 허가해 주었을 리가 없는데... 그냥 '해적선' 으로 바꿔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하지만 제이나가 허가 안해줬더라도 아래 사람들이 허가할 수도 있는 것이고, 어차피 지엽적인 내용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
원문 : Cycle of Hatred 3장(저자 Keith R. A. DeCandido)
번역 : 레이븐 ( http://stormraven.egloos.com/ )
-----------------------------------------------------

퍼가지 마세요.



- Raven.

지속적인 허위 신고시 신고자가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사유를 입력하십시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닉네임: 암호:
롤토체스 TFT - 롤체지지 LoLCHESS.GG
소환사의 협곡부터 칼바람, 우르프까지 - 포로지지 PORO.GG
배그 전적검색은 닥지지(DAK.GG)에서 가능합니다
  • (주)플레이엑스피
  • 대표: 윤석재
  • 사업자등록번호: 406-86-00726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