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대격변과 함께 변경된 특성 트리를 한 번쯤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사실 특성 트리의 모양만 바뀐 것이 아닙니다.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항상 그러하듯 각 트리의 구조와 선택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대격변의 특성 모델이 적용된 지 몇 달이 지난 이
시점에서 개발팀은 어떤 부분이 잘 되고 어떤 부분이 그렇지 않은지 논의하고 있으며, 아마 이러한 내용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도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항상 그렇듯 이 연재 게시물은 앞으로 예정된 변경사항 목록이 아니며 게임 디자인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는 것에 가깝습니다.
대격변 특성에서 잘 된 것들
- 특성 트리들은 한결 간단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깊이가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삭제된
특성 대부분은 거의 기계적으로 투자하던 지속 효과 특성들이나, 성능이 좋지 않아 외면당하던 특성이었습니다.
- 10레벨에 캐릭터를 어떤 방향으로 전문화할지 선택하고, 고레벨 까지 키우지 않아도
특성에 따라 멋진 능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점입니다. 예를 들어 주술사들은 고양 특성이나 정기 특성 아무거나 선택해도 해당 특성을 잘 살려줄
수 있는 기술과 보너스 효과를 받습니다.
- 한 직업 내 특성들이 각기 다르게 느껴집니다. 특히 전사의 두 가지 공격용 특성들과
흑마법사, 사냥꾼과 도적이 이에 해당합니다. 오늘날 이 특성들은 전체적으로 각기 다른 주력 기술과 강점, 그리고 다른 느낌을
지닙니다.
- 특화력이 특성 트리에 잘 녹아 들었습니다. 특화력은 고레벨에 만나볼 수 있는
능력치이기 때문에 게임이 갑작스레 복잡해지지 않으며, 현재는 특화도가 다양한 특성에서 경쟁력 있는 능력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록 특화도가
모든 직업에 똑같이 유용한 것은 아니지만요)
- 대부분의 특성은 정답이 없는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선택지는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다음 줄의 특성으로 넘어가기 위해 어떤 특성에 투자하느냐, 그리고 또 하나는 선택한 특성의 최종 특성까지 투자하고 나서
남아 있는 특성 점수를 어디에 투자하느냐 입니다.
-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게임의 밸런스가 예전 그 어느 때보다 잘 잡힌 상태라는
것 입니다. 오리지널 혹은 불타는 성전 시절의 밸런스는 정말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는데, 가장 뛰어난 직업과 가장 안 좋은 직업의 성능 차이가
30-50% 이상이었습니다. 오늘날 플레이어들은 약 5-10% 정도의 차이를 걱정합니다. 이는 아직 개발팀에서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확실히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성 트리가 이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격변 특성에서 잘 안 된
것들
- 일부 실패한 특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위력을 너무 약하게 했다던가
사람들이 투자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특성들이죠. 이러한 특성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으며 다른 특성으로 교체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운
편입니다.
- 한편, 특성 트리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분노 특성 전사를
하며 분노의 강타 특성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이는 심각한 실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와우를 계속 즐기던 분들에게는 당연해 보이지만,
와우를 잠시 쉬었다가 돌아온 이들은 이게 왜 잘못된 것인지 바로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여러분이 그림자 일격 기술 특성을 거의
자동으로 투자했던 이유는 이 기술이 아주 좋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무난한 선택을 추구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한편, 개발팀에서
플레이어들이 투자하도록 기대했던 특성들이 항상 선택을 받는 것도 좋을 겁니다.
- 어떤 플레이어들은 혼합 특성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혼합 특성이란 방어나
치유 직업들을 일컫는 일반적인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두 특성을 거의 비슷하게 투자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런 혼합 특성 조합은 사실상
성능이 좋진 않았지만 PvP에서 매우 강력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일부 특성 몇 가지만 골라서 투자하는 정도였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혼합 특성은
여러분이 꿈꾸는 모습처럼 존재한 때가 현실적으로 없었습니다. 일부 플레이어들이 이런 방식의 특성을 기대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혼합 특성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다양한 특성 트리에는 어려운 선택이 존재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만, 특성 별로 이러한
선택이 그렇게 많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종종 이는 마지막 남은 1-3개의 특성 점수를 어디에 투자 할 지로 귀결되곤 합니다. 이는 우리가
의도한 바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선택이 더 많았다면 좀 더 흥미로울 겁니다. 어려운 결정은 재미있어 보이는 기술이나 효과를 제외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했을 때 고통스럽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팀에서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자신만의 신중한 결정이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덕분에
실험과 토론이 벌어지며,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도록
이바지하죠.
- 안타깝게도 주로 투자한 특성 이외의 다른 특성 트리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줄
특성을 설계하는 데에는 제약이 많습니다. 우선 이 첫 번째와 두 번째 줄 특성들은 해당 특성을 주력으로 투자한 이들에게 매력적이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공격 담당 트리를 주력으로 선택한 이들은 치유 담당 트리에 있는 특성에 매력을 못 느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한적이나마 치유 능력을 강화하고 싶은 분들이 아니라면 말이죠) 둘째로 이 최하위 단계의 특성들은 10레벨에 투자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고레벨 기술에는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겁니다.
- 마지막으로, 특성들은 저레벨부터 투자하는 특성이기 때문에 초보자 혹은 오랫동안
쉬었다가 복귀한 이들도 이해하기 쉬워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특성을 설계한다 하더라도 이 초반 특성들에 발동 효과나 다양한 예외, 내부 재사용
대기시간 등을 넣어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이 세가지 이유로 인해 처음 두 줄의 특성에는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배치하기가 어렵습니다. 말도 안 되는 가정이긴 하지만, 남은 특성 점수 10점을 다른 특성 트리 어디에라도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더 재미있을까요?
- 개인적인 불만이긴 하지만, 저는 원하는 효과가 33/66/100% 확률로 발동되도록
하는 특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히 유용한 특성에 특성 점수를 하나 이상 투자하게 만드는 불쾌한 방법일 뿐입니다. 새로운 대격변 특성은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디자인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해결 된 것도 아닙니다.
특성
트리의 미래
이 자리를 빌어 위의 문제들을 앞으로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여러분께 알려 드리고 싶긴
하지만, 일부 주제는 아직 개발자의 쉬어가는 이야기에서조차 말씀 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막연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후 적절한 시점이 된다면 더
알려 드릴 수 있을 겁니다. 한편, 이는 계속 토론해볼 좋은 주제이기도 합니다. 플레이어들은 자기 직업의 특성만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특성
트리 시스템 자체를 전반적으로 검토해 보는 것도 유익한 일일 것 입니다. 특성 트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상징적인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렉 “고스트크로울러” 스트리트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수석 시스템 디자이너이며 어느 여름날 방사능 악어를 잡아 본 적도 있다고 합니다. 레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