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Ethan_Ah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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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03-10 19:33:44 KST | 조회 | 8,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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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EM5 우승자 정우서 - 실력으로 보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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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Intel Extreme Masters(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 이하 IEM) 시즌5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해 전승으로 우승한 정우서(Ace, 스타테일 소속). 10일(목) 오후 스타테일 숙소에서 정우서를 만나 첫 해외대회에서 우승한 소감과 독일에서의 에피소드, 그리고 이번 승격강등전 시드 부여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 첫 해외대회에서 우승을 했어요. 엄청난 수확인데 먼저 소감을 말해 본다면요?
- 자신은 있었어요. 그런데 확신은 못했죠. 해외 선수들은 편하게 생각할 수 있었지만, 현우와 재호 형이 나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기왕 독일까지 온 것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었죠. 좋은 경험이었어요.
▼ 관객들은 어땠나요? 많았는지요?
- 화면과는 달리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방송에는 결승전에만 많이 비춰진 걸로 아는데 첫날부터 많았어요. 세트가 끝나고 화장실로 몰려가서 그렇게 보인 것 같아요.
▼ 1패도 없이 결승에 진출했고 우승까지 달성했는데, 경기 전이나 경기 할 때의 느낌은 어땠나요?
- 워낙 안전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첫 날 경기를 할 때는 해외 선수들이 올인성이라 생각했었죠. 그렇게 몇 경기를 하다보니 한국선수들처럼 잘하는 선수도 있고, 운영 위주로 플레이 하는 선수도 있더군요. 그 다음엔 공격적으로 하게 됐죠. 만만했다기 보단 변칙적이기 때문에 따라가면 휘둘릴 거라 예상한 거죠. 경기를 하면서 승리할 때마다 해외선수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결과만 그랬지 내용은 매우 힘들었답니다. (웃음)
▼ 기억에 남는 선수들이 있었다면 누가 있을까요?
- 경기에 앞서 생각을 해봤을 땐 거의 다 올인성 공격을 할 줄 알았어요. White-Ra 선수는 안정적이었어요. 저와 비슷하달까요? 후반을 도모하는 스타일이었고, Idra 선수는 부유하게 가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qxc 선수는 변칙적이었지만 그렇다고 올인성 스타일은 아니었죠.
▼ 첫 해외 출국이고 첫 해외 대회였는데요, 공항에서 나서거나 경기장에 들어갈 때 느낌이 설레였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가서 비행기를 타본 경험은 있지만, 혼자 간 적도 없었고 경유해서 간 적도 없었어요. 막상 도착해보니 영어와 표지판이 알아보기 쉽게 되어 있어 힘들진 않았어요. 경기장은 분위기에 압도됐었어요. 반응도 좋았고, 시간이 흐르고 나니 홈 그라운드 같은 기분도 들었고요.
▼ 해외 팬들 반응은 어땠나요?
- 한국선수라서 관심 있게 봐주는 것 같았어요.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사진 요청을 해주셨고 그럴 때 마다 신났어요. 재호 형과 경기를 가진 결승에선 역시 재호 형의 인기를 실감했었어요. 반면 전 박수뿐이었죠. (웃음)
▼ 인상적인 팬이 있었나요?
- 네. 결승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호형을 응원하더라고요. 그런데 유독 어떤 한 분이 저를 응원해주셨어요. 아쉽게도(?) 남자분이셨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그분인 것 같아요.
▼ 첫 해외 대회였기 때문에 세팅의 차이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 가장 큰 차이점은 모니터였어요. 24형 모니터만 사용하다가 19형을 사용하게 되니 마우스 감도에도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옵션도 영어라 힘들었고요. 그래도 순서는 기억하고 있어 감으로 맞췄죠. 저는 감도를 그때마다 맞추는 편이라 괜찮았지만 현우가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경기도 위태위태했던 것 같아요. 인터넷은 생각보다 빨라 만족스러웠어요. 통역을 도와주신 형이 있었는데 그 형 덕분에 무리 없이 경기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어요.
▼ 다른 한국 선수들과는 달리 따로 가서 혼자 지낸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는데, 처음 며칠은 Idra와 같은 방을 썼다고요?
- 네 그랬어요. 독일 시간으로 밤 11시에 숙소에 들어갔었어요. 프론트에서 뭐라고 얘기는 하는데 ‘2명이 같이 지낸다’는 말만 이해해서 ‘아~ 현우가 오면 같이 쓰겠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숙소 방으로 들어가 불을 켰는데, 짐이 있었어요. 지갑이 있길래 신분증을 봤는데 Idra 선수였어요. 느낌이 이상해서 옆을 보니깐 Idra 선수가 자고 있었어요. 순간,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죠. 지갑을 들고 있었으니 무슨 생각을 했었겠어요? 말이 많은 선수가 아니라 재미 있는 일은 없었어요. 한 번은 7시 30분에 아침을 먹으라는 소리로 들어, 밥 먹으러 가는데 Idra 선수가 키보드를 가져오라고 하더라고요. 지금 당장 경기장에 가야 한다는 거였어요. 만약, Idra 선수와 같은 방을 쓰지 못했거나, 혼자 방을 썼다면 실격패를 당했을 수도 있었을 거에요. 기회가 없어서 말은 못했지만 ‘정말 고마웠다’라고 전해주고 싶어요.
▼ Idra 선수에게 정말 고마워해야 할 것 같네요. (웃음) 그러다 다시 숙소를 옮겨서 같은 한국 선수들끼리 지내게 됐죠?
- 네. 현우와 재호 형이랑 같은 방을 썼어요. 그런데 분위기는 비슷했어요. 말이 통한다는 것 말고는 크게 다를 게 없었어요. 현우도 그렇지만 재호 형도 말이 없어요. 그래서 말도 걸고, 같이 밥도 사먹으러 가고, 독일에 왔으면 맥주도 마셔봐야 한다고 해서 맥주도 마시고 그랬죠.
▼ 본인 경기가 없었을 때도 경기장을 갔다고 들었는데요?
- 매일 경기장에 갔었어요. 현우가 경기를 하면서 무언가를 물어보면 답해주고, 주도권을 가지고 경기를 하는 것이 좋다고도 했죠. 그 중 mOOn-GLaDe 선수가 한국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기량도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현우가 마침 감기몸살로 컨디션도 좋지 않았는데 재호 형과 mOOn-GLaDe 선수에게 패하면서 위축됐던 것 같았어요. 그래도 그런 상황에서도 잘해줬다고 생각해요.
▼ 기량이 좋았다고 평가한 mOOn-GLaDe 선수와 4강전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본인이 그렇게까지 평가한 선수를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 mOOn-GLaDe 선수가 거기 있던 해외 선수들을 압도적으로 잡아내는 것을 봤어요. 때문에 위협적이라는 생각도 했었죠. 4강전에선 첫 세트 경기를 쉽게 풀어가서 이어진 세트에 심리전을 걸 수 있었죠. 결국 계획한 대로 진행되어 승리한 것 같아요.
▼ 드디어, 결승전까지 왔습니다. 장재호란 거물과 만나게 됐죠. GSL에선 큰 활약을 못했기에 내심 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요?
- 그 점보단, 저그전 자체에 자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현우와의 경기를 보면서 걱정은 됐었어요. 경기 후 숙소에서의 분위기는 냉랭하기도 했지만, 스타테일 선수가 두 명이나 출전했고 결승까지 왔는데 우승 욕심도 났었어요. 그리고 경기장에서 나온 후엔 연습을 못하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에만 집중했죠. 막상 경기에선 심리전을 걸어오시더라고요. 역시 ‘만만치 않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기죽지 않고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경기 끝나고 축하도 해주시고 ‘수고했다’라는 말도 해주셨어요. 당시 기분이 너무 UP되어 있어서 인터뷰에서 막말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해해주시리라 믿어요.
▼ 그 밖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음식이요. 저는 감자튀김, 소시지, 돈가스 같은 기름진 음식을 잘 먹었어요. 그런데 현우는 다르더라고요. 못 먹겠다면서 밥을 찾았죠. 그래서 아시아 레스토랑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그게 중국 레스토랑이었어요. 반대로 제가 못 먹었어요. 그걸 보고 현우가 ‘잘 못 태어난 것 같다’고 하더군요. 중국생활을 많이 해봤던 재호형은 ‘중국보다 여기가 더 맛있는 편’이라고 하시더군요. (웃음)
▼ IEM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요, 경기 중 GSL 승격강등전에 대한 소식을 접했을 것 같은데요. 소식을 접하고 어땠나요?
- IEM 경기 중에도 ‘아.. 난 운이 좋은 편이구나’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런 소식까지 접하다 보니 ‘이건 날 위한 것이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IEM 첫날에는 ‘우승을 못해도 좋으니 최선을 다하자’라고 다짐했었어요. 하지만, 승강전 소식을 들으니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물론, 제게 쏟아질 비난도 생각했죠. 권한을 포기하라는 글도 봤고요. 그래도 그럴 순 없었어요. 이건 저에게 온 기회이기 때문에 경기로 보답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어요.
▼ 이렇게 승격강등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는데 어떤가요? 지목하고 싶은 선수는 힘들겠지만, 피하고 싶거나 하는 선수는 없나요?
- 절 이겼던 선수는 다시 만나도 상관 없어요. 코드A에서 1, 2위 하신 선수들이 절 뽑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강한 선수를 일찍 만나서 경기에 승리해야만 비난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 다소 답하기 힘든 질문이었음에도 소신을 밝혀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쁜 연습에도 불구하고 시간 내주셨는데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면서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 XP의 글들은 모두 검색해서 보는 편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이번 논란에 대한 반응도 확인했고요. 그렇지만 좋은 경기로 보답하는 것만이 답이라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팀 원종욱 감독님, 조위기어 조승환 이사님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감사의 말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해외 선수들이 많이 도와줘서 이번 IEM이 재미있었어요. 특히 White-Ra 선수는 맥주를 사주기도 했는데, 한국에 오게 된다면 꼭 보답하고 싶어요.
글: 안영훈(ethan@playxp.com)
(c)Play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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