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는 전투양상에서도,
종족의 컬러를 확고히 하면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고심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떠한 유닛을 뽑건간에, 해당 종족이 전체적으로 염두에 둬야할 전투양상은 다르고,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은 없을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테란은 아웃파이터이다.
상대와의 근접전, 백병전에서는 불리하되, 대공대지 할것없이
동급 최장사정포를 이용한 아웃파이팅을 선호하도록 꾸며졌다.
총포류의 무기를 기반으로 한 장사정포를 보유했으니,
당연히 상대와의 거리를 벌린 아웃파이팅에 특화될 수 밖에 없다.
저그는 기본적으로 인파이터이다.
그 어떤종족보다도 밀리유닛이 많고, 대개의 레인지 유닛도 동급 타종족 레인지유닛에 비해 짧은 사거리를 가진다.
프로토스의 경우 집정관, 광전사의 잉여화로 인해, 인,아웃 모두 능한 종족이었지만
현재 거의 아웃파이팅을 선호하는 형국으로 이어졌다.
테란보다는 덜한, 아웃파이터정도다.
복싱에서의 인파이터와 아웃파이터의 전투양상은 아주 재미있게 흘러간다.
아웃파이터는 링을 빙빙돌며 거리를 벌려서 싸우려고 하고,
인파이터는 급소가 아닌한 맞으면서 들어가서라도 거리를 좁혀 싸우려고 한다.
저그역시 인파이터의 기질을 거의가 가지고 있어, 대개의 경우 "돌진" 하여 전투를 치른다.
이때 인파이터가 갖춰야할 덕목은,
전투양상을 최대한 빠르게 인파이팅 양상으로 끌어내는 능력이다.
이것이 높은 체력을 기반으로 맞을거 다 맞으면서 들어가든,(울트라리스크)
빠른 발을 기반으로 몇대 안맞고도 들어가든(저글링, 뮤탈)
뭐가 되었건 인파이터가 아웃파이터를 상대로 가질 숙제는 어떻게 전장을 인파이팅존으로 만드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반대로 아웃파이터는 전투양상을 최대한 아웃파이팅 형국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부분이 저그가 전투에서 지는 이유라 할 수 있다.
현재 테란과 토스의 아웃파이팅에 대적할 유닛이 전무한 것이 현실.
그렇다면 상대와의 전투에서 우리는 아웃파이팅존을 인파이팅으로 전환하는 것이 얼마나 유리한가.
1. 높은 체력을 기반으로 한 질럿형 깡돌진.
일단 울트라를 제외하고 맞으면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시피 하다.
상대가 총부리를 겨눈 방향의 화력 밀집도는 매우 높아서, 그 진형을 부수고 인파이팅으로 만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높은 체력을 가질 필요도 없이 진형을 통해 높은 체력을 만들수는 있는데,
이것이 저그가 스1때 즐겨 쓰던 쌈싸먹기 이다.
아웃파이터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아웃파이팅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바리케이트나 화력의 집중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대 저그전에서 상대가 바리케이트를 어떻게 치느냐에서 승부가 갈리기도 한다.
(테란이나 토스가 입구를 안막기로 해둔다면 저그는 사기종족이 될것이다)
하지만 중앙백병전에서는 바리케이트를 치면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
이는 상대가 화력의 집중이라는 단 하나의 수단만으로 화력자체를 바리케이트로 이용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화력을 깡다구로 몸으로 받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쌈싸먹기를 이용하여 그 화력을 분산시켜서
결과적으로 아군의 체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지는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바로 체력을 이용한 돌진형 인파이터가 가질 덕목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스2의 저그는 체력적인 부분이든, 쌈싸먹기를 위한 부분이든, 심지어 1대1래더맵의 구조라는 부분이든,
이러한 깡돌진형 인파이팅을 구사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스1때 존재하지 않던 탱커형 유닛 바퀴가 추가되었으나,
1티어 제2번 유닛이며 대개 상대종족의 주력화력을 구성하는 불곰이나 추적자는 바퀴에 상성인 유닛.
전혀 탱킹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쌈싸먹자니, 높은 가격과 인구수의 문제로 상대보다 많은 양을 확보하기가 힘들어서,
상대의 화력분산도 거의 힘들다.
일부 맵의 경우 설사 많은 양을 확보한다 해도 쌈싸먹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맵도 존재한다.
(사실 일부라기에는 너무 많다)
거기다가 역장, 전투자극제, 점멸, 언덕넘기, 등등 아웃파이터가
아웃파이팅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수 있는 기술들은 너무나 많다.
고전적인 맞고 들어가는 깡돌진형 인파이팅 전투상황 조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
이것이 블리자드에서 의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고전적인 인파이팅을 지양하려는 것이 그 의도인지는.
여튼 저그를 쭈욱 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것이다.
고전적인 형태의 인파이팅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2. 빠른발을 이용한 인파이팅 상황의 조성.
우선 저글링은 그것이 가능하다.
그 빠른발조차 무색할 정도의 화력을 보유하기 전에는
저글링은 대개의 전투상황에서 인파이팅 상황을 조성해내고 있다.
하지만 그이외 다른 모든 유닛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저글링도 너무나 약한 체력으로 인파이팅 상황 조성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금방 다가온다.
바퀴나 히드라, 맹독충, 울트라는 한두번만 써봐도 발업+점막 이라는 요소가 충족되지 않은한 절대 빠르지 않다.
설사 충족되더라도 상대의 기동력을(사신,점멸자,자극해불등) 압도하기는 커녕 뒤쳐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뮤탈이 대개의 상대 공대공 유닛을 압도하는 기동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불사조의 경우 대뮤탈전에서 아웃파이팅이 가능하면서도 기동력을 보유하고 있어,
인파이팅 상황을 조성하지도 못한다.
결국, 기동력의 거세는 전투중 빠른 충원이나 견제에서의 카드도 잃었지만,
대규모 전투에서의 인파이팅존을 만드는 능력조차 잃어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인파이팅은 불가능하고 아웃파이팅유닛은 무리군주를 제외하고 부존재하니,
저그는 무조건 져야 하는가?
아니다. 이것은 게임이지 복싱이 아니다.
세번째 카드가 남아있다.
바로 특수능력이다.
상대가 자극제,점멸,역장을 활용하여 아웃파이팅 상황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고전" 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복싱에서는 있을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이쪽에서도 그러한 특수능력을 사용하여 인파이팅 상황을 조성할 수 밖에 없다.
마침 저그의 특수능력은 대개가 인파이팅상황 조성을 위한 능력들이다.
잠복과 진균번식이다.
이쯤되면 스2의 저그에게 블리자드가 원하는 것은 눈에 살짝 보인다.
스1에서의 무식하고도 고전적인 인파이팅조성을 금지하면서, 특수능력을 사용하는 저그가 되라는 뜻.
스1에서의 토스가 하이템플러로 스톰을 주 화력으로 이용하는 정도의 빈도로,
감염충을 활용하여 인파이팅 상황을 만들어 내라는 것이다.
아마 데이비드 킴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있을지도 모른다.
상대가 특수능력을 쓰고(자극제,점멸,역장) 아웃파이팅을 유지하는데 니들은 무빙이랑 어택만 해서 지는거다 라고.
상대가 저런 능력을 쓰는 빈도에 거의 상응할 만큼의 진균을 활용하지 않은 이상 너희의 징징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이쯤되면 각광받았던 Marps님의 전략도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어차피 물량으로 싸먹기도 불가능하고, 기동력으로 인파이팅도 불가능하니,
감염충을 이용해 인파이팅 상황을 만들어 내겠다는 생각.
GSL에서도 개막전때 승리한 아이드라 와 2일차에서 진 다른 선수의 차이는
크게 말해 한마디로 "인파이팅을 성공했느냐" 라는 키워드로 요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존재한다.
타종족에 비해 주력병력에의 가스의존도가 높은점은 저그가 감염충을 적극 활용하기 힘든 측면으로 작용하고,
또한 전체 마법유닛중 가장 생존능력이 떨어지는 점도 작용한다.
유령처럼 은폐상태로 마법을 쓰지도 못하고, 공중유닛도 아니며, 고위기사나 파수기처럼 실제크기가 작지도 않다.
아마 그래서 잠복이동을 넣어줬으리라.
마나를 모아야하는 마법유닛은 뭐가 어찌되었건 생존은 아주 중요한 키워드.
이 부분에서도 감염충은 아주 불리한 부분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잠복이동으로 때우라는 데이빗의 생각.
결국 저그는 손이 많이 가는 종족이 되버리고 만것이다.
필자의 생각에 히드라나 바퀴의 사거리를 올리는 짓은 절대 하지 않을것이다.
전부가 아웃파이팅 일색이 되는 전투양상은 블리자드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저그인 필자가 블리자드에 원하는 것은 인파이팅이 유리해지는 상황이다.
고전적인 물량확보를 부여하여 깡돌진, 이를테면 쌈싸먹기를 구현할만한 가격,인구수,맵구조를 주던지,
기동성을 부여하여 빠르게 돌진하는 능력을 주던지,
감염충의 생존력을 보강해 주던지.
셋중 하나는 해줘야 싸움이 될것이라는 생각이다.
고독한 인파이터.
흉터가 가시지 않는 인파이터.
하지만 발도 느리고 맷집도 안되는 인파이터.
저그를 하는 당신은, 지금 가장 힘든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맞다.
일단의 최선은, 감염충이다.
명심하라. 우리는 인파이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