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스에 김연우님이쓰신 글입니다...
:: 목차 ::
0. 서론
1. 하나의 패치로 시작된 재앙
1) 1.08 이전의 저플전 (~2001년)
- 역상성의 이해
- 먹튀 드래군
- 빈자리를 채워주는 하이템플러
- 이 시절의 정석
* 주요경기
2) 대재앙, 1.08패치 (2001년)
- 사이오닉 스톰의 약화
- 저그의 삼지창 강화
- 사라진 중반 타이밍
* 주요경기
2. 진화의 싹, 움트다(2001~2004년)
1) 전통파 질템의 수호자들
- 순수에 대한 열망
- 극단적 하드코어
- 극단적 한방러쉬
- 소울 저그
- 질템 조합의 한계
* 주요경기
2) 탈 질템의 시작
- 커세어, 리버, 더블넥, 1게이트
- 1게이트
- 커세어,리버,드래군
* 주요경기
3) 수비형 프로토스
- 더블넥서스
- 강민의 커세어,리버
- 커세어,리버의 한계와 극복
- 수비형 프로토스
- 수비형 프로토스의 한계와 의의
* 주요경기
4) 사파 프로토스
- 사파 프로토스의 탄생
- 미래로 가는 길
3. 융합(2005~2008)
1) 조짐
- 정파와 사파의 융합
- 사파의 정파 흡수, 김성제의 커세어,리버,드래군
- 정파의 사파 흡수, 박대만의 질템+리버
* 주요경기
2) 3.3 혁명
- 가속과 변형
- 비수류, 저그에게 맞춰간다
- 김택용 이전, 김택용 이후
- 커세어-리버 후 발업질럿
* 주요경기
4. 결말
:: 본문 ::
0. 서론
이제 햇수로 10년째인 저의 스타 방송사랑 이야기는, 임성춘 선수로 시작합니다. 제가 프로토스를 주종으로 선택하는데 임성춘 선수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죠. 제가 능동적으로 찾아가면서 스타 경기를 챙겨 본 시작도 임성춘 선수 때문입니다.
임성춘으로 프로토스를 시작했기에 임성춘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지만, 임성춘으로 프로토스를 시작했기에 임성춘에 대한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임성춘 이전의 프로토스에 대해서는 모르거든요. 어떻게 어떻게 기억을 더듬어봐도 3질럿의 송병석 선수나 하드코어의 김동수 선수가 보여준 저그전 몇 장밖에 모르니 방법이 없죠.
반대로 임성춘 이후의 저플전은 조금 압니다. 특히 직접 프로토스로 저그를 상대해 봤기에 체감 경험도 충분 하기에 더더욱 재미있게 소개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특히 저플전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김택용의 충격이 어느 정도 잠잠해져, 객관적으로 김택용을 바라볼 수 있게된 만큼, 이러한 글을 쓰기에 시기상으로도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 추신 - 여기서 소개하는 주요 경기는 글의 이해를 보조하는 경기로 골랐습니다.
1. 하나의 패치로 시작된 재앙
1) 1.08 이전의 저플전 (~2001년)
- 역상성의 이해
테란은 저그에게 강하고, 저그는 토스에게 강하고, 토스는 테란에게 강한 종족 상성은 모두에게 널리 인정받는 사실입니다. 블리자드가 의도적으로 창조했는지 우연의 산물인지는 접어둡시다.
이러한 상성은 기초 유닛간의 상성에 기반을 둡니다. 마린메딕은 저글링히드라에 강하고 저글링히드라는 질럿드래군에 강하고 질럿드래군은 마린메딕에 강합니다. 이렇듯 기본 유닛 싸움에서 밀린 종족은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 유닛 싸움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상성상 밀리는 종족은 테크를 올립니다. 그래서 저그는 레어를 가고, 테란은 팩토리를 지으며, 프로토스는 코어를 짓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분명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뮤탈 확보 전 마린메딕에 뚫리는 저그나 질럿에 마린이 잡히고 고생하는 테란, 땡히드라에 허무하게 GG를 치는 프로토스의 모습을 보니 상성이 강하긴 강한가봅니다.
- 먹튀 드래군
히드라가 마린메딕에 약하기 때문에, 저그는 레어를 갑니다. 마린메딕이 질럿드래군에 약하기 때문에 ,테란은 메카닉을 갑니다. 그리고 프로토스는 질럿드래군이 저글링/히드라에게 약하기 때문에, 템플러를 뽑습니다.
프로토스가 저그에게 고전하는 모든 원인은 드래군에게 있습니다. 다른 종족의 레인지 유닛과 달리 드래군은 주력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합니다. 모이면 모일수록 효율이 강해지는 다른 레인지 유닛과 달리 드래군은 아무리 모여도 저글링조차 못 잡습니다.
소위 GO저그의 삼지창이라 불리우는 럴커/뮤탈/히드라 훼이크를 통한 찌르기에 프로토스가 농락을 당하는 이유도 드래군 때문입니다. 럴커에 강하고, 대공 전투력이 있으며, 지형을 이용한 수비가 가능한 드래군이 프로토스의 주력이 되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이동도 되지않는 포톤캐논으로 막으려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돌파 당하거나 너무 포톤캐논을 많이 지어 굶어죽거나 합니다.
- 드래군의 빈자리를 매워주는 하이템플러
하지만 드래군의 먹튀성은 타 종족에 비교되는 유달리 심각한 문제는 아닙니다. 다른 종족들도 상성 종족들에게 기초 유닛간 싸움에서 밀려 고전하거든요.
그리고 하이템플러의 존재가 참으로 든든 합니다. 하이템플러는 대공/대지/디텍팅/스플래쉬 등 드래군의 역할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사이오닉스톰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마치 테란이 프로토스 상대로 마린메딕 대신 메카닉을 사용하듯, 저그가 테란상대로 저글링,히드라 대신 럴커나 뮤탈을 쓰듯, 프로토스는 저그 상대로 드래군 대신 하이템플러를 사용하였습니다. 하이템플러가 다소 비싼 유닛이고 체력이 약하다는 점이 걸렸지만, 그래도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1.08 패치 이후 하이템플러는 드래군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후 프로토스의 대저그전 모든 고민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 이 시절의 정석
이 시기의 프로토스는 빛나는 김동수의 이름으로 시작합니다. 2게이트 하드코어 질럿으로 앞마당 먹은 저그를 공략합니다. 이후 사이버네틱스 코어를 지어 테크를 올리지만 먹튀 드래군은 생략하고 발업질럿과 하이템플러를 준비합니다.
발업 질럿으로 압박을 하며, 질럿&아콘&템플러체제를 갖춥니다. 뮤탈 대비용 포톤캐논을 본진에 소수 건설합니다. 이 한방병력으로 저그를 압박하며 앞마당을 먹습니다. 사이오닉 스톰은 럴커와 히드라, 뮤탈 모두 상대 가능하기에 옵저버는 천천히 추가해도 됩니다. 교전과 확장을 되풀이하며 한방 병력을 서서히 키우면, 마침내 저그는 한방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이것이 임성춘의 원조 한방러쉬입니다.
이러한 전략으로 김동수/임성춘 선수는 대저그전 60%가 넘는 승률을 올렸습니다. 지금에야 '대저그전 60%'하면 별거 아니게 생각하지만, 1.08 패치 이후 김택용 등장 이전까지 대저그전 승률 60%가 넘는 프로토스는 1명도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저그에게 고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프로토스는 살만했습니다.
* 주요경기
임성춘vs봉준구 Black Vane - 게임큐, 종족별 팀리그
임성춘vs변성철 로스트템플 - 게임큐, 월드 챔피언쉽
김동수vs봉준구 프리첼배 결승전 1,3경기
2) 대재앙, 1.08패치 (2001년)
- 사이오닉 스톰의 약화
먹튀 드래군의 공백을 채우던 사이오닉 스톰의 약화는 프로토스의 정석 체제를 붕괴시켰습니다. 유닛 하나에 정석 체제가 왜 붕괴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면, 럴커없이 테란과 싸우는 저그, 탱크 없이 프로토스와 싸우는 테란을 상상해보세요. 딱 그 정도 입니다.
이 시기 프로토스의 정석은 2게이트 질럿 러쉬와 한방러쉬입니다. 그리고 소위 '한방러쉬'하면 '꾹 참고'란 접두사를 붙입니다. 하지만 1.07시절의 임성춘식 한방러쉬는 꾹 참지 않았습니다. 참는 이유는 '지금 싸우면 내가 지니까' 참습니다. 참다보면 자기가 유리해질 시기가 올 테니까요. 하지만 1.07 시절에는 굳이 참을 필요가 없을 만큼 프로토스는 강했습니다. 사이오닉 스톰이 나오는 즉시 진군했지요.
즉 프로토스가 '꾹 참기 시작한 시기'는 1.08 이후, 사이오닉 스톰이 약화된 후입니다. 총 128의 데미지에서 112로 약해진 사이오닉 스톰. 솔직히 이 차이는 '럴커를 한방에 죽이느냐 못 죽이느냐'의 차이 뿐입니다. 그런데 그 하나가 너무나도 뼈아팠습니다.
이 하나의 문제가 프로토스에게 두 가지 시련으로 찾아옵니다. 저그의 삼지창 강화와 프로토스의 중반 타이밍 러쉬의 상실입니다.
- 저그의 삼지창 강화
럴커 조이기가 강해졌습니다. 럴커에게 조여지면 전진을 못하기 때문에, 조여지기 전 최대한 전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마지노선이 앞마당입니다.
무조건적으로 앞마당에 포톤캐논을 건설해야 합니다. 최소 3기정도 건설해야 합니다. 여기에 자원을 투자하는 만큼 다른 비용이 빠듯해집니다. 본진에도 포톤을 건설하자니 앞마당 넥서스 건설이 늦어집니다. 앞마당에 넥서스를 먼저 짓자니 본진으로 날아오는 뮤탈을 막을 포톤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이템플러를 늦추자니 히드라가 무섭습니다.
럴커에 대비하는 만큼 뮤탈과 히드라에도 약해집니다. 저그가 세 유닛 중 무엇이 주력인지 알 수 있는 마땅한 정찰법도 없습니다. 커세어를 이용하면 돼지만, 우습게도 커세어에 돈을 쓴 까닭에 저그의 공격을 알고도 못 막는 희극까지 벌어집니다. 결국 순수하게 '감'에 맞추어 때려 맞추곤 했습니다. '감'이 틀리면? GG지요.
특히 박경락 선수는 히드라/뮤탈/럴커에 럴커 드랍까지 더해 네 개의 창을 휘둘렀습니다. 같은 팀 동료였던 박정석, 박용욱 선수가 마우스를 던질만 했죠.
- 사라진 중반 타이밍
럴커를 촘촘히 새워두면, 최소한 1분 이상 프로토스는 꼼짝 못합니다. 저그가 뭘 하건 멀뚱히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합니다. 드론 뽑는 시간을 황금 같이 여기는 저그에게 축복 같은 시간입니다.
간신히 럴커 조이기를 뚫고보면, 모든 멀티에는 크립과 해처리가 가득하고 드론이 바글바글합니다. 무한정 쏟아지는 저그의 물결을 막다 GG치는 일만 남습니다.
- 장진남의 트윈해처리
이렇게 되자, 저그는 더 이상 앞마당에 목매지 않습니다. 무리하게 앞마당을 먹지 않아도, 자원 적으로 프로토스를 압도하지 않아도, 어차피 후반만 가면 저그가 이기니까요.
트윈 해처리로 안전하게 초반을 시작합니다. 저글링의 힘으로 앞마당을 먹고, 레어 테크로 프로토스를 요리합니다. 그러면 이깁니다.
초반만 조심하면 필승이라는 이러한 저그의 마인드는 장진남으로 시작해 조용호를 거쳐 마재윤과 박찬수에 이르러 아직까지 남아있습니다. 초반에 강하지만 가난한 '9드론'만으로도 프로토스를 요리하는 이들이죠. 이렇듯 레어테크 삼지창과 럴커조이기는 저그에게 여유를 주었습니다.
* 주요경기
박경락vs박정석 노스텔지어 - Mycube 스타리그 8강
강도경vs김성제 Blade Storm - KPGA Tour 3차
조용호vs박정석 신개마고원 - 핫브레이크배 듀얼토너먼트
2. 진화의 싹, 움트다(2001~2004년)
1) 전통파 질템의 수호자들
- 순수에 대한 열망
1.08 패치 직후 양 종족의 유불리를 타이밍 상으로 말해보면
초반 - 비등
중반 - 저그 압승
후반 - 저그 우세
정도로 말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초반에 저그가 큰 손해만 보지 않으면, 저그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승리합니다.
특히 중반 타이밍이 문제입니다. 저그는 뮤탈이든 언덕 럴커든 프로토스를 괴롭힐 수 있는 카드가 많은데, 프로토스는 아예 진출조차 못했으니까요.
질템의 희망을 버리지 않은 프로토스들은 더더욱 전통에 목을 맸습니다. 김동수 이상으로 하드코어에 목을 맸고 임성춘 이상으로 한방러쉬에 목을 매었습니다. 아예 둘 중 하나에 승부를 걸고 단 한 합에 모든 것을 투자하였습니다.
- 극단적 하드코어
다음 링크는 저의 초창기 글로, 이 시기에 프로토스의 승리와 경기 시간의 관계에 대한 글입니다.
http://www.pgr21.com/zboard4/zboard.php?id=free2&page=1&sn1=&divpage=1&sn=on&ss=off&sc=off&keyword=%B1%E8%BF%AC%BF%EC&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74
프로토스가 이긴 14 경기 중, 프로토스가 앞마당 먹기 전 승기를 가져간 경기가 11경기, 앞마당 먹은 이후 승기를 가져간 경기가 3경기입니다. 이 글은 초반에 프로토스가 승기를 잡지 않으면 저그를 이기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원래의 박정석은 저그 킬러입니다. 이젠 거의 전설로 알려진 종족 최강전에서의 저그전 12연승도 박정석의 기록입니다. 이러한 박정석의 힘 역시 2게이트 질럿에서 나왔습니다. 컨트롤과 생산이라는 기본기에 있어서 최고였던 박정석은 꾸준히 질럿을 뽑으면서 전진한 질럿으로 이득을 거둬갔습니다. 이러한 이득은 열세였던 중반을 우세로 바꿔버리고, 역시 열세였던 후반을 토스의 압승으로 바꾸었습니다.
박용욱 선수는 특히 더 했습니다. 마치 시한폭탄을 옆에 두고 게임하듯 모든 것을 포기하고 초반 승부에 올인 했습니다. 알아도 못 막는 하드코어는 물론, 하드코어가 실패하더라도 후반도모란 글귀 싹 지우고 본진자원으로 끊임없이 공격하였습니다. 프로브의 양까지 본진 자원에 최적화시키고(약 16기) , 본진 자원으로 발업질럿-아콘-하이템플러-셔틀-리버-옵저버를 조합하는 그의 플레이는 말 그대로 극단중의 극단이며 참으로 악마스럽습니다.
- 극단적 한방러쉬
이 시기에 노블 토스라는 이름의 전략이 하나 정립됩니다. 1게이트에서 커세어와 다크를 뽑아 확장하는, 간단히 말해 1게이트 커닥입니다. 이와 비슷한, 커세어를 생략한 채 1게이트에서 다크템플러와 하이템플러를 뽑아 확장하는 아토믹 프로토스라는 전략도 있습니다. 특히 기욤선수가 굉장히 잘 사용하여 각광을 받기도 했습니다. 더블넥 정립 이전에 강민 선수도 애용했지요.
하드코어 질럿러쉬는 강하긴 하지만, 그만큼 테크가 늦어진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테크가 늦는 하드코어를 포기하고, 1게이트를 통해 테크트리와 앞마당을 당겨 프로토스의 한방 러쉬 타이밍을 끌어당겼습니다.
기존의 체제가 [질럿러쉬 → 수비 → 한방] 이었다면 [수비 → 한방] 으로 바뀐 셈이지요. 그 덕에 럴커 조이기가 단단해지기 이전에 돌파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게이트 특유의 많은 가스를 폭발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매우 유명한 경기인 박정석vs홍진호 머큐리에서의 대 역전극도, 이러한 1게이트 체제의 강점을 잘 살린 경기입니다.
더블넥은 1게이트 체제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더더욱 초반을 째버리는 것이지요. 2게이트에서 1게이트, 이제는 노게이트 더블넥까지, 좀 더 불안정하지만 좀 더 폭발력이 강한 한방을 찾아 프로토스의 빌드는 변화하였습니다.
이 시기 전태규 선수는 조합된 한방의 대가였습니다. 저그전/테란전/프로토스전 불문하고 질럿-드래군-템플러 조합으로 환상적으로 싸웠지요. (질럿-드래군-템플러에 대한 고집은 조합상 질럿-드래군-템플러의 비중이 낮은 프프전의 약세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해 더블넥-질템 체제를 자주 사용하며 저그전에 좋은 승률을 거둡니다.
- 소울 저그
패치 이후 강화된 울트라리스크는 1.08이후 테란에게 고전한 저그에게는 희망의 빛입니다. 이제 올멀티 먹은 저그가 히드라&럴커로만 싸우다 앞마당 먹은 테란에게 역전당하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매우 강력한 후반 유닛 울트라리스크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테란을 상대하는 저그의 창은 프로토스에게도 향합니다. 저그가 테란 상대로 후반을 장악했듯, 저그는 프로토스 상대로도 후반을 장악합니다.
프로토스전의 울링(울트라리스크+저글링)이 테란전 만큼 절대적인 유닛이냐, 그건 아닙니다. 아직도 질럿, 아콘, 템플러의 힘은 여전하기에, 전투력은 프로토스가 우위입니다.
문제는 먹는 자원의 크기가 너무나도 다르다는데 있습니다. 히드라,럴커가 상대라면 환상적인 사이오닉 스톰으로 3~4배의 병력을 괴멸시키는 것도 가능하지만 울트라리스크에게 스톰은 따끔한 정전기 수준입니다. 프로토스가 1.5배의 전투력을 보여도 자원 차와 병력차가 3~4배 나는 상황입니다. 럴커조이기로 인해서.
이렇듯 럴커조이기와 울링의 힘이 조합된 전략이 소울 저그입니다. 저그 군단 Soul팀의 조용호,박상익,나경보 선수로 비롯된 전략이죠. 소울 저그는 럴커조이기로 프로토스를 가두고, 성큰&럴커 라인으로 프로토스의 한방 조합을 막고, 최종적으로 울트라&저글링으로 승기를 잡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저그가 Vision을 켜주고 게임해도 막기 어려울 만큼 절대적입니다. 뻔히 알면서도 질만큼 프로토스의 체제상 약점을 정확하게 찌르는 전략입니다.
- 질템 조합의 한계
질템의 한계는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견제를 위해서는 일단 셔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템플러, 리버등의 비싼 유닛을 태워야합니다. 그리고 스콜지의 격추를 막기 위해 커세어를 뽑아야합니다. 셔틀 속업도 해야 하고요.
즉 견제하기 위해 셔틀 1기를 써먹으려면, 거의 지상군 2부대에 해당하는 자원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스콜지가 없기를 기대하며 홀로 외로이 날아가는 거북이 셔틀 1기가 질템 체제로 할 수 있는 견제의 한계입니다.
즉, 저그는 프로토스의 지상군만 막으면 됩니다. 프로토스의 지상군이 진출하는 경로만 틀어막으면 됩니다. 질템 체제의 프로토스는 저그의 후방을 타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코 그들이 바보라 우직하게 정면만 고집한 것이 아닙니다. '사나이는 힘'이라는 근육덩어리 마초였던 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질템이라는 체제의 특성상 후방 타격이 불가능했습니다.
이러한 한계가 '결국 프로토스는 최상급 저그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인식까지 치달았습니다. 무난하게 흘러가면 무조건 패하며, 무난하게 하지 않으려 해도 다른 수가 없었으니까요. 말 그대로 절망의 시기였습니다.
* 주요경기
박정석vs홍진호 - 로스트템플 - 무한종족최강전
박용욱vs주진철 - 신개마고원 - Mycube 16강
전태규vs장진남 - 기요틴 - Mycube 16강
2) 탈 질템의 시작
- 커세어, 리버, 더블넥, 1게이트
겉으로 보기에 일인에 의해 세상이 바꾼 듯 보입니다. 하지만 절대 단 한명의 노력으로 모든 것이 변하는 일은 없습니다. 주목받지 않는 보통의 사람들이 각고의 노력을 꾀했고, 그러한 노력들이 차츰 모여 한명에 의해 집대성되어 세상이 바뀌었던 것입니다.
커세어, 리버, 더블넥, 1게이트. 이 세 가지는 오래전부터 프로토스의 저그전 해법의 열쇠로 이미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모든 전략들이 1.08 이후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닙니다. 과거부터 존재하던 전략들이며, 기존의 정석 질템에 한계를 느끼자 과거의 것들이 재조명되며 이야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 1게이트
앞서 말했듯 과거부터 1게이트는 존재했습니다. 단지 너무나도 까다로워 잘 사용하지 않은 것 뿐입니다.
어쨌든 탈 질템의 시작은 1게이트입니다. 김동수와 임성춘, 하드코어와 한방러쉬라는 두 개의 기둥 중 하나인 하드코어를 포기한 전략이 1게이트이기 때문입니다. 질럿러쉬를 포기한 대신 빠른 테크와 풍부한 가스를 얻습니다. 이러한 이득을 처음 프로토스는 많은 수의 하이템플러로 소화했습니다. 그리고 강민은 커세어와 리버로 소화했습니다.
커세어와 리버는 이론적으로 최고의 조합입니다. 커세어는 공중 유닛 중 최강이며 리버는 지상 유닛 중 최강입니다. 이 둘만 충분한 숫자를 확보하면 저그가 어떤 조합을 하건 프로토스를 이길 수 없습니다.
문제는 전제 조건인 '충분한 숫자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생산할 자원도 부족하고 생산할 시간도 부족합니다. 즉 적은 수의 커세어와 적은 수의 리버를 운영해야 합니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좋은 컨트롤'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 커세어,리버,드래군
커세어-리버라는 조합이 있었습니다. 또한 리버-드래군이란 조합이 있었습니다. 이 둘이 조합되어 커세어-리버-드래군이라는 신기한 조합이 완성되었습니다.
대공은 커세어에게, 대지는 리버에게 맡깁니다. 드래군은 대공/대지 모두 가능한 유닛들로 커세어와 리버의 공백을 채웁니다.
이 체제는 질템이 가진 모든 약점을 극복하였습니다. 럴커 조이기에 강하며, 삼지창에 허무하게 당하지도 않고, 저그에 대한 후방 타격도 가능합니다. 성큰, 럴커 방어진도 돌파할 수 있고 울링에도 강합니다.
하지만 단점 역시 존재합니다. 질템만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문제는 드래군입니다. 어쨌든 드래군은 비효율적인 유닛입니다. 프로토스의 테크니컬하고 복잡한 조합에 저그가 찾은 답은 굉장히 간단한 '온리 히드라'입니다. 복잡한거 신경쓸거 없이 물량으로 막으면 됩니다. 저그의 두세배의 병력도 녹여버리는 질템의 효율성은 커세어-리버-드래군에게 없습니다. 한동안 이 조합으로 승승장구하던 강민 선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저그전 슬럼프에 빠집니다.
* 주요경기
강 민vs주진철 - Sauron - 계몽사배 팀리그
강 민vs홍진호 - 신개마고원 - Mycube 16강
강 민vs이주영 - 노스텔지어 - 듀얼토너먼트
3) 수비형 프로토스
- 더블넥서스
문제는 되돌아옵니다. 드래군의 효율이 낮기 때문에 커세어-드래군-리버의 효율은 낮습니다. 하지만 질템보다 낮을 뿐입니다. 저그보다 낮지는 않습니다. 결국 어떻게든 저그와 자원량을 맞춰야합니다.
오랜 새월동안 져블넥이라 놀림 받음에도 결국 강민은 더블넥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이미 더블넥은 있었지만, 더블넥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있어 기존의 프로토스와 강민은 다릅니다. 강민에게 더블넥은 '써먹을 수 있는 여러 카드 중 한장'이 아니라 '반드시 성립해야 할 토대'입니다. 기존의 질템을 사용할때 더블넥은 써도 그만, 안써도 그만이지만, 강민의 커세어 리버를 사용할 때 더블넥서스는 필수입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더블넥은 안정화됩니다. 알면 막히면 변칙이고, 알아도 막기 힘들면 정석입니다. 더블넥은 저그가 알아도 저지할 수 없을 만큼 안정되었고 이렇게 안정된 더블넥은 여러 갈래로 진화합니다.
- 강민의 커세어,리버
커세어, 리버, 드래군은 값비싼 커세어&리버의 부족한 물량을 드래군으로 채워두는 식입니다. 즉, 커세어&리버가 충분한 수만 갖춰진다면 비효율의 대명사 드래군은 사라져도 됩니다.
그래서 강민은 드래군을 배제합니다. 더블넥서스를 통해 많은 자원을 확보하여 커세어&리버의 양을 맞추었기 때문이죠. 드래군이 없어 부족한 공백기를 효율적인 포톤캐논으로 버팁니다. 이후 다수의 커세어와 셔틀리버를 조합합니다. 거기에 웹이 갖춰지면 순회공연을 통해 저그의 멀티를 하나하나 파괴합니다. 끊임없이 견제와 확장을 통해 자원차를 줄여나가고, 마지막으로 캐리어와를 추가하여 게임을 마무리합니다. 이것이 강민의 커세어,리버, 수비형 프로토스입니다.
- 커세어,리버의 한계와 극복
어디든지 한 지점을 반드시 파괴시킬 수 있는 무기가 있습니다. 이 무기는 강한 무기일까요, 약한 무기일까요?
강하기도 하고 약하기도 합니다. 사용자의 의지대로 원하는 지점을 원하는 시점에 파괴할 수 있으니 분명 강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 지점만 파괴할 수 있기에 다른 쪽으로 뻗어가는 상대의 두 번째 손을 잘라내지 못하기에 약합니다.
이것이 커세어,리버 입니다. 결국 견제일 뿐이죠. 커세어,리버로는 마무리가 안 됩니다. 커세어 리버는 저그라는 종족을 붙잡아두는 마엘스트롬은 될 수 있지만, 저그라는 종족을 소멸시키는 사이오닉스톰은 되지 못합니다. 결국 동급의 게이머가 만났을 때, 커세어 리버로 할 수 있는 것은 현상유지입니다. 마무리를 하지 못하니 벌어진 자원차가 그대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안 썼습니다. 파괴하고 파괴하고 또 파괴해도 결국 재생하는 저그에게 질려, 지상맵에서는 커세어-리버를 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커세어 리버가 왜 섬맵에서는 절대적일까요? 커세어의 전투력이 워낙 강한 이유도 있지만, 섬맵은 지형적으로 지상군의 이동이 제한되기에, 한 지점이 파괴되는 동안 다른 쪽으로 손을 뻗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커세어, 리버는 상대의 확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강합니다. 그리고 강민은 이러한 발상을 지상맵에 적용시킵니다.
- 수비형 프로토스
수비형 프로토스라는 명칭은 '수비만 하는데도 이기더라.'해서 붙여졌습니다. 이기려면 공격을 가야 합니다. 공격을 해야 상대의 자원줄을 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의 자원은 고갈됩니다. 그러므로 공격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자원줄을 끊을 수 있습니다. 수비하다 보면, 상대가 병력을 생산하며 스스로 자원을 소모합니다.
그렇게 자원이 소모되다보면, 결국 전 맵의 자원이 고갈됩니다. 자원줄은 하나, 아니면 두개 정도로 줄어듭니다. 커세어, 리버는 상대의 확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강합니다. '한 지점에서 만큼은 절대적인 전투력을 자랑하는 커세어, 리버'의 강력함이 유감없이 표출됩니다.
상대의 자원줄을 끊어야 이깁니다. 수비형 프로토스는 자신의 공격보다 자원 고갈로 상대의 자원줄을 끊는 전략입니다.
- 수비형 프로토스의 한계와 의의
극후반에 가면 상황이 일변한다 해도, 결국 '한번에 한지점만 타격할 수 있다'는 단점은 어쨌든 여전합니다. 극후반에 이르기 전 에는요.
여러 곳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확장되는 저그의 멀티를 말릴 수가 없습니다. 부서지면 건설하고 부서지면 건설하고, 커세어 리버가 한 지점을 깨면 다른 두 곳에 멀티하는 소위 '도망자 저그'의 확장력을 커세어&리버의 파괴속도가 쫓아가질 못합니다. 양으로 기동력을 극복하는 모범사례입니다.
그래서 맵이 도와줘야 합니다. 아카디아, 안드로메다 등 수비형 프로토스가 좋은 맵들은 멀티들이 뭉쳐있는 맵입니다. 멀티들이 뭉쳐있기에 한곳만 타격해도 동시에 여러 곳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는 맵, 즉 멀티들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러쉬아워, 백두대간 같은 맵에서 수비형 프로토스는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단점에도 수비형 프로토스는 저그를 압도한 최초의 체제입니다. 강민의 수비형 프로토스 이전, 프로토스의 대 저그전 승률은 60%가 고작이었습니다. 그나마도 경이적이었죠. 하지만 강민은 수비형 프로토스를 통해 난다 긴다 하는 당대 최강 저그들을 꺾었습니다. 길고긴 밤에 빛난 새벽의 서광입니다.
* 주요경기
강 민vs박태민 - 포르테 - 프로리그
강 민vs박성준(삼성) - 네오포르테 - 프로리그
송병구vs박태민 - 네오레퀴엠 - 프로리그 결승전
4) 사파 프로토스
- 사파 프로토스의 탄생
강민 선수의 초창기 시절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강민 선수, 왜 정석을 안 하세요?'라고 말하니 강민 선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한테는 이게 정석인데요?'
질템과 대비되는 가장 대조적인 체제인 드래군리버는 로스트템플에서 언덕 드래군과 결합된 콤보의 형태로 가끔 쓰였습니다. 문제는 알면 막는 변칙이란 거죠.
사실 정석과 질템의 대가로 알려진 박정석 선수도 엽기토스라 불릴 만큼 1게이트나 더블넥을 자주 했습니다. 그러한 리플이 많아 즐겁게 봤던 기억도 납니다. 하지만 결국 박정석 선수는 정석의 대가로 남았습니다. 정석이 아니면 승률이 안 좋았거든요.
과거에도 드래군리버는 있었고, 지상맵에서 커세어리버도 썼었고, 1게이트도 했었고, 더블넥서스도 했습니다. 이러했던 과거의 전력과 새롭게 탄생한 사파의 차이는 '상대가 내 체제를 예상해도 이겨낼 수 있느냐' 입니다. 사파는 기존에 변칙이라 불린 커세어-리버 조합을 당당히 주력으로 사용하는 체제입니다.
- 미래로 가는 길
커세어-리버 조합은 특정 맵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커세어&리버가 힘든 맵에서는 기존의 질템이 힘을 발휘합니다. 즉 정석과 사파는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입니다.
2게이트, 질럿, 템플러 등 기존 체제와 대비되는 1게이트, 더블넥, 커세어, 리버를 사용하는 사파의 탄생으로 프로토스에게 '선택의 카드'가 한장 늘어납니다. 기존의 정석과 사파, 모두 저그는 어떻게 대처할지 압니다. 하지만 두 체제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면 기존의 대처법들은 무용지물입니다. 양 체제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만 있다면 거기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 둘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프로토스가 나타났을 때, 그날이 오면 저그를 극복하는 저그킬러 프로토스가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희망을 품은 체, 그렇게 수년이 흐릅니다.
3. 융합(2005~2008)
1) 조짐
- 정파와 사파의 융합
정파는 질템(질럿템플러), 즉 게이트 중심의 전략입니다. 사파는 커리(커세어리버), 로보틱스와 스타게이트 중심의 전략입니다.
두 체제의 장점과 단점은 서로 맞물립니다.
질템은 강력한 지상군의 힘을 자랑하지만, 상대를 우회할 수 있는 기동력이 부족합니다.
커리는 공중군의 특성상 상대를 우회하며 저그를 견제하지만, 넓은 중앙 평원에서 싸울 지상군이 없습니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기에 저그는 프로토스의 체제가 질템이냐, 커리냐에 따라 단점을 찌르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체제가 양립하여 서로를 보완해준다면, 서로의 강점을 살린 체제를 만들 수 있다면 프로토스는 저그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희망이 2005년부터 구체화됩니다.
- 사파의 정파 흡수, 김성제의 커세어,리버,드래군
사파의 시작은 2003년 즈음 유행한 커세어,리버,드래군 조합입니다. 럴커조이기에 약한 질템의 약점을 극복하는 커세어,리버,드래군 조합은 한동안 각광받습니다. 그러나 결국 드래군의 낮은 효율은 '온리 히드라'라는 단순한 조합을 상성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커세어,리버,드래군은 잊혀졌습니다. '온리 히드라'라는 간단한 조합에 쉽게 파괴되는 이 체제를 주목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2년 후, 김성제vs신정민-루나-ATI배 MSL 서바이벼에서 재등장합니다. 딱 하나만 첨가되었을 뿐이죠.
더블넥서스.
더블넥 후 뿜어져 나오는 커세어&리버&드래군의 조합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자랑했습니다. 커세어&리버&드래군이 비효율적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질템에 비해 비효율이란 거지 저그의 조합보다 비효율적인 것은 아닙니다. 자원적으로 2~3배 앞선 저그를 이겨낼만한 2~3배의 전투력을 내지 못합니다. 강민은 조합을 바꿔 2~3배의 전투력을 낼 수 있도록 드래군을 배제하였습니다. 김성제는 더블넥의 자원력을 통해 2~3배의 차이를 1.5배로 줄였습니다.
커세어-리버라는 사파적 체제에, 드래군이라는 게이트(정파) 체제가 더해졌습니다. 이 체제는 현재까지도 대접받는 강력한 전략입니다. 우주배의 박정석부터 3.3의 김택용까지 널리 쓰인 전략입니다.
이 체제는 많은 의미를 갖습니다. 단순한 커세어-리버-드래군의 부활이 아닌, 정파와 사파가 조화를 이룬 첫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 정파의 사파 흡수, 박대만의 질템+리버
커세어-리버가 아닌, 질템에 리버를 섞는 운영이 처음 주목된 경기가 박정길vs변은종-러쉬아워2-CYON배 16강 경기입니다.
2게이트 하드코어와 질템 한방조합이란 정석적인 체제를 밟은 박정길 선수는, 이후 확장에 추가적인 로보틱스 퍼실러티를 건설해 리버로 변은종 선수의 울링을 막고 커세어와 다크 견제, 커세어-리버로 견제하여 승리합니다.
당시 리버는 '울트라리스크+저글링 조합의 대항마'로써 주목받았습니다. 기존의 질템체제로 울링을 상대하는데 한계를 느낀 프로토스의 첫 시도는 커세어+다크입니다. 특히 전성기 시절의 전태규 선수가 자주 사용해 쏠쏠히 재미를 본 커세어+다크는 질템 한방군과 조합하기 힘들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곳저곳 동시다발적인 저글링의 테러를 막아내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반해 리버는 질템에 매우 잘 어울립니다. 굳이 저그의 조합이 울링이 아니더라도 좋은 유닛입니다. 그리고 리버는 저글링의 분산 공격을 막아내기도 굉장히 좋은 유닛입니다.
그렇게 현재 프로토스의 한방 조합인 질럿-드래군-템플러-옵저버, 그리고 리버가 갖춰졌습니다. 그리고 이 조합의 선두주자로 2006년 후반의 박대만 선수가 꼽힙니다. 당시 박대만 선수는 안정적인 자원 획득이 가능한 블리츠에서 질럿,드래군,템플러,옵저버,셔툴,리버가 조합된 정갈한 한방을 통해 조용호 선수를 꺾었습니다.
같은 팀의 윤용태 선수는 이러한 박대만 선수의 운영을 흡수해 2006년 최강급의 저그킬러로 거듭납니다.
* 주요경기
김성제vs신정민 - 루나 - ATI배 MSL 서바이벼
김성제vs박성준 - 아카디아 - ATI배 MSL 서바이벼
박정길vs변은종 - 러쉬아워2 - CYON배 16강
박대만vs조용호 - 블리츠 - 프링글스 MSL 16강
윤용태vs이제동 - 롱기누스2 - MSL 서바이버
2) 3.3 혁명
- 가속과 변형
자원의 소모는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첫째, 병력생산
둘째, 테크확보
보통은 병력생산만 생각합니다. 앞마당의 확보는 좀 더 많은 병력을 의미하며, 제2멀티는 더더욱 많은 병력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테크를 확보하는데도 자원은 듭니다. 특히 건물들이 모두 비싼 프로토스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지상군을 갖춘 토스가 제대로 된 셔틀견제를 하기 위해, 거의 지상군 1부대를 만들 자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프로토스에게 체제 변환은 비효율입니다.
그래서 정파와 사파가 나뉘어졌습니다. 본진자원으로 최고테크까지 무리 없이 올리는 테란과 저그와는 다릅니다. 프로토스는 체제 구축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자원이 소비되기에, 한번 구축된 체제를 최대한 이용하려 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릅니다.
세월이 흘러 확장이 주류가 되고, 더블 넥서스, 더블 커맨더가 정석이 되고, 제2확장, 제3확장도 일상화됩니다.
따라서 병력의 규모가 커집니다. 반대로 체제변환이 주는 비효율은 줄어듭니다. 자원이 넉넉해진 만큼, 프로토스의 체제전환 비용도 비효율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한명의 프로토스를 통해 재조명됩니다.
- 비수류, 저그에게 맞춰간다
2007년 3월 3일.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양대 리그 4회 우승, 5연속 결승진출, 90%에 육박하는 전율적인 프로토스전, 프로토스 대재앙, 그가 패배할 확률은 고작 2.69%. 지상에 적이 없어 보였던 마재윤이 그가 벌레로 여기던 프로토스에게 패배하였습니다.
그 주인공인 김택용은 저그를 읽고 저그에게 맞춰가는 최초의 프로토스였습니다.
질템을 택했으면 지상군으로 밀어야 하고, 커세어-리버를 했으면 견제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체제가 그러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체제가 강요하는 전략을 수행합니다. 그것이 기존의 프로토스입니다.
하지만 김택용은 달랐습니다. 상대가 뭐 하는지 보고, 그에 맞게 자신의 체제를 변화시켰습니다. 끊임없이 보고 변화하고, 보고 변화하고를 반복하였습니다.
3.3 경기 중 가장 극적으로 꼽히는 리버스 템플에서의 2경기에서의 결정적인 수, 즉 다템드랍은 참 상징적입니다.
분명 김택용 선수는 앞마당 이후 커세어-드래군-리버를 갖춘 한방을 선택했고 그것이 무너졌습니다. 보통의 프로토스라면 이 체제에 묶여 한방만 계속 운영하다 패합니다. 하지만 김택용은 다크템플러 드랍을 준비합니다. 속도업도 안된 오버로드를 눈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보고 맞춰간다. 거기에 자신의 특기인 쾌속의 난전을 더합니다. 여태껏 듣도 보도 못한 신개념의 프로토스가 나타난 것입니다.
- 김택용 이전, 김택용 이후
3.3 이전의 김택용은 물량의 김택용입니다. 같은 팀의 박지호와 묶여 '물량형 프로토스'로 분류된 김택용은 게이트웨이 병력을 아주 잘 다루는 정석적인 프로토스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테크니컬한 운영의 달인입니다. 커세어와 셔틀 리버, 다크템플러라는 소수면서 강한 조합을 능수능란하게 컨트롤해 저그의 자원줄을 타격합니다.
게이트 운영의 달인, 그리고 스타게이트와 로보틱스 운영의 달인. 정파와 사파 모두 능숙하게 다루는 김택용은 한 경기 내에서 두 체제를 번갈아 사용하며 진정한 의미의 '융합'을 보여줍니다.
김택용 이후 저플전은 크게 요동칩니다. 프로토스의 승률은 거침없이 치솟고 저그의 승률은 과거의 화려함에 걸맞지 않도록 추락합니다. 눈에 보기에 프로토스 유저들의 플레이는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뭔가 다릅니다. 프로토스 플레이어들은 저그를 쉽게 상대합니다. 상황 자체가 프로토스에게 유리한듯이 보입니다. 그냥 프로토스라는 종족 자체가 강해진 것처럼 보입니다. 무엇이 달라졌기에?
마인드가 달라졌습니다. 꿈에도 꾸지 않았던 '저그에게 맞춰가는 프로토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저그가 럴커조이기를 하려 하면 커세어 리버로 우회하고, 히드라 위주로 견제에 대비하면 지상군의 힘으로 눌러버립니다. 저그가 수비위주면 자신도 맞춰 확장합니다.
마인드 외에 김택용이 소개한 것이 있다면 정찰, 또는 견제에 대한 방법론입니다. 프로브-질럿-커세어로 이어지는 저그에 대한 초반 정찰, 다크 견제를 통한 찔러보기, 현란한 속업 셔틀의 성동격서 등 저그의 체제를 파악하는 방법들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러한 마인드 변화를 자신에 맞게 가장 잘 소화한 프로토스 유저가 오영종 선수입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김택용의 저그전의 강점을 흡수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는 다수 커세어를 사용하지 않고, 현란한 난전이나 셔틀플레이를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분명 저그에게 굉장히 강해졌습니다.
저그에 대한 맞춰가기가 무엇인지와 정찰과 견제의 유용성을 완벽하게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이해한 이상, 굳이 김택용의 전술들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오영종은 다크템플러로 대표되는 '사신'으로 견제의 달인이었고, 적절한 찔러보기 이후 빈틈을 매워가며 저그를 압박하며 압도적인 우세를 물량으로 변환하여 힘으로 압도합니다.
- 커세어-리버 후 발업질럿
요새 경기를 보면 맵이 어떻건 커세어-리버로 출발합니다. 이후 수비형 프로토스를 구사하는 경우도 있고, 발업질럿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 '요새 왜 그렇게 커세어-리버를 많이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답변은 간단합니다. '그만큼 좋은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체제변환하기 좋은 전략입니다.
커세어,리버,발업질럿을 갖췄을때 프로토스는 스타게이트,로보틱스,템플러,게이트웨이, 모든 테크트리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미 거의 모든 테크트리를 확보했으므로, 저그의 움직임을 보고 즉각 거기에 맞는 유닛을 뽑으면 됩니다. 당연하게 저그의 삼지창에도 당하지 않습니다.
만약 질템을 선택했다, 해도 이미 셔틀이 속도업 되어 있고 리버도 뽑을 수 있으니 후방 견제도 쉽고 한방 조합에 리버를 갖추는 일도 쉽습니다. 반대로 커세어와 다크를 운영하다 저그의 병력이 부실해졌음을 확인하면, 다수 게이트에서 지상군을 뿜어내면 됩니다.
둘째, 효율적이면서도 빠른 한방입니다.
질템의 특징은 효율입니다. 매우 강력합니다.
커리의 특징은 기동성입니다. 매우 빠릅니다.
커세어-리버-발업질럿 조합은 효율적입니다. 커세어-리버에 의해 히드라를 강제당한 저그를 상대로 발업 질럿은 매우 강력한 유닛입니다. 특히 리버까지 더해지면요.
또한 매우 빠릅니다. 커세어-속업셔틀의 리버는 말할 것도 없고, 발업 질럿은 굉장히 빠른 지상군입니다. 특히 블루스톰의 중앙 소로 같은 좁은 길목으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질템은 효율적입니다. 대신 느립니다.
커리는 빠릅니다. 대신 효율이 낮습니다.
커세어-리버-발업질럿은 질템과 커리의 장점이 결합된 한방입니다.
이러한 커세어-리버 후 발업질럿 패턴은 김구현 선수가 처음으로 보여줍니다.
제가 처음으로 본 경기가 김구현vs박찬수 - 타우크로스 - 신한은행 프로리그 경기입니다. 아직은 뭔가 미흡한 어설픔이 보이지만, 커세어-리버 견제 후 발업질럿 패턴이 뚜렷한 윤곽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구현vs박성준 - 파이썬 - 신한은행 프로리그 경기에서 빛을 봅니다. 박성준 선수의 히드라 드랍을 절묘한 셔틀리버 컨트롤로 막아낸 후, 곧바로 발업질럿을 확보하여 승기에 쐐기를 박습니다.
이러한 김구현 선수의 커세어 리버 패턴은 2007년 후반부터 정석화됩니다. 이제동 선수가 새롭게 견제에 좋고 물량에도 좋은 4해처리 네오 사우론을 꺼내들지만, 그래도 5:5일뿐 커세어-리버-발업질럿 전략이 깨진 건 아닙니다.
* 주요경기
김택용vs마재윤 - 리버스 템플 - 곰TV MSL 결승전
김택용vs박태민 - 데스페라도 - 곰TVs2 4강
송병구vs마재윤 - 블루스톰 - 곰TVs3 16강
김구현vs한상봉 - 블루스톰 - 곰TVs4 16강
4. 결말
길고 긴 글이 여기서 마칩니다. 너무 길어 읽기 힘드실 거 같아 걱정됩니다. 다른 글들도 제가 쓰고 싶어 쓰지만, 이 글은 정말 제 욕구에 의해 쓴 글입니다. '그냥 한번이라도 나름 프로토스의 대저그전을 정리해봤으면'이란 생각에.
혼자 비분강개하여 열을 내느라 주관적인 생각이 많습니다. 그리고 기억력에 근거하여 글을 쓴지라 오랜 시간에 의해 잊혀지어 중요하지만 무시당한 부분도 있을 수 있고, 별거 아닌 부분이지만 혼자 과장하고 혼자 떠든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안목 부족에 잘못 해석한 부분도 있을 것이 구요.
쓰고 나니 또 아쉽습니다. 말하지 않은 선수, 말하지 않은 전략, 말하지 않은 경기들이 눈에 박힙니다. 그것들을 더하고, 다시 그것들을 가지치고, 다시 그것들을 더하고, 다시 그것들을 지워내길 반복합니다만 아직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이만 손을 풀려고 합니다.
이만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