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바로크(사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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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06-03 03:03:51 KST | 조회 | 412 |
제목 |
움베르토 에코 프라하의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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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덤덤하게 읽었는데 이 책은 유럽에서 엄청난 구설에 올랐으며 결국은 전 유럽(이탈리아를 필두로)을 논쟁의 화마에 휩싸이게 만들었다고 한다.
어째서인고 하니, 프라하의 묘지는 문서위조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인간혐오자 <시모니니>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시모니니가 여러 문서를 조작하고 사람들도 암살하며 19세기 유럽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개입을 하다가 기어코는 시온 의정서에까지 손을 댄다는 내용...한 마디로 20세기 나치가 행했던 그 무수한 학살의 근거로 사용됐던 유태인 음모론의 제공자가 시모니니라는 것.
헌데 책이 너무 잘 만들어지고 당대의 팩트와 허구를 에코가 교묘히 섞어낸 덕분에 사람들은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팩트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이런 소설의 전개 방법이 많은 유럽인들에게 잘못된 사실을 전달할 위험이 있다는 게 논쟁의 주제였다. 잘 생각해 보면 소설 문학이 발생하여 고도로 발전한 구미권에서 일어나기엔 지나치게 미숙한 주제다. 그네들은 이미 창작물과 사실의 경계에 대해 무던히도 고민해 왔지 않는가...왜 이제 와서 이런 케케묵은 주제로 논쟁이 벌어졌는지.
결국 여기서 내가 추측할 수 있는 건, 20세기 나치에 대한 기억이 지금 내가 무덤덤하게 느끼는 것 만큼이나 유럽 사람들에게는 실제적인 트라우마로 각인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현실을 해체하고 비틀어 조롱하는 것이 격식있는 문학이라고야 하지만 유럽인들도 실제하는 역사가 자기들에게 들이닥쳤을 땐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일제강점기 관련된 소재의 소설이 나올 때마다 그리도 민감하게 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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