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같은 녀석들-후레왕자
종족 전쟁에서 UED, 자치령, 프로토스 연합 함대를 박살내며 종족 전쟁의 승자가 된 칼날여왕 케리건은 새로운 저그 개체를 찾아다닌다(이것이 케리건이 4년 동안 이유없이 차 행성에서 잠적하고 있을 때 일인지는 불확실). 그러한 칼날여왕의 눈에 들어온 건 가작스 산지에서 습도가 높은 곳에 서식하는 잔타 민달팽이였다.
이 민달팽이들이 칼날여왕의 눈에 들어온 건 이것들이 가진 특징 덕분이다. 잔타 민달팽이는 자신을 위협하는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부식성 타액을 내뿜었고, 이것은 강철을 녹일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더욱 두드러진 점은 잔타 민달팽이의 놀라운 재생력이다. 아무리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도 죽지만 않으면 금새 아무는 것은 실로 경이로웠다.
칼날여왕은 잔타 민달팽이를 저그 개체로 흡수했다. 온순한 잔타 민달팽이었지만 저그 개체 대선배들인 히드라나 울트라 등도 출신이 온순한 초식동물이었던 걸 생각하면 금새 저그에 어울리는 흉폭한 존재로 탈바꿈 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칼날여왕은 이 새로운 저그 전사에게 바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왜 민달팽이한테 곤충인 바퀴라는 이름을 붙여줬는지 몰라도 이 녀석은 적어도 보통 사람들이라면 바퀴에게 가질 혐오감을 강화시킨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바퀴는 민달팽이 때보다 더 부식능력이 강해진 녹색 산성 타액을 내뱉어 적을 공격한다. 해병이 바퀴의 공격에 얼마 견디지 못하고 녹아버리는 건 기본이고, 공성 전차도 아차하는 사이 고철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나온다.
하지만 바퀴의 더 징그러운 점은 강력한 재생력이다. 울트라리스크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더라도 꽤나 견고한 갑피를 가진 바퀴에게 일반적인 방법으로 상처를 내기 어려운데 설령 상처를 냈어도 금방 아물어버린다. 민달팽이 때도 재생력이 높았는데 저그가 되면서 그 재생력이 증폭되어버린 관계로 같은 공격을 받아도 저글링이나 히드라가 빌빌거릴 때 바퀴는 팔팔하게 돌아다닌다는 의미가 된다.
더해서 바퀴는 잠복 상태에서 이동할 수 있다. 잠복이 저그 지상군 개체의 위력을 더해주는 능력이지만 이 상태에서는 움직일 수 없는 것에 비해 바퀴는 감염충과 함께 유이하게 잠복 상태에서 이동할 수 있다. 지상에서만큼의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해도 상대의 발 밑에서 유유히 이동하여 감지 수단을 갖추지 못한 적이 방심하는 사이 순식간에 튀어나와 덮치는 건 매우 공포스럽다. 또 바퀴의 가공할 재생력이 잠복 상태에서 더욱 끔찍하게 증가해서 칼날여왕에 의해 의도적으로 바퀴를 잠복시키는 일이 많다고 전해진다.
그 위력으로 인해 바퀴는 과거 히드라가 담당했던 역할을 비슷하게 현재 역임하고 있다. 이런 바퀴로 이루어진 저그의 돌격대를 막으려면 공중 병력의 폭격이 있던가 바퀴에게 한번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화력을 동원해야 한다. 다행히 바퀴는 히드라와 달리 대공 능력이 없고, 맷집과 재생력이 뛰어나도 죽지 않는 불사신은 아니라 강한 화력이 있다면 제압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바퀴가 끔찍한 놈이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다. 바퀴를 잡는데 강한 화력을 동원한다는 건 다른 저그들을 잡는데 필요한 화력을 바퀴에게 낭비한다는 뜻이 된다. 애초에 저그가 단순히 바퀴만 가지고 적을 집어삼키려 드는 것이 아니고, 여러 저그 개체들이 쏟아져 나와 달려들지 않는가. 바퀴의 무서운 점은 그 자체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고기방패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는 것.
새로운 저그의 돌격대인 바퀴는 제압할 수 있을 때 제압해야 나중에 후환이 되지 않는다.